이명박 전 대통령이 2019년 6월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속행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원에 도착해 차에서 내리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불법 비자금 ‘남산 3억원 사건’ 재판에서 거짓 증언했다는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신상훈 전 신한금융지주 사장과 이백순 전 신한은행장이 2심에서도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들은 재판을 받던 중 서로에 대한 증인신문에서 허위 증언한 혐의로 기소됐는데, 1심도 피고인의 진술거부권은 보장받아야 한다며 무죄를 선고한 바 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1-2부(재판장 김수경)는 25일 “분리된 공동의 공범 피고인은 다른 공범의 증인이 될 수 있으나 자신의 범죄사실에 관련한 질문에는 피고인의 지위가 증인 지위보다 우선”이라며 “피고인이 자신의 방어권을 위해 허위 진술을 해도 위증죄로 처벌할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에서 공범으로서 자신의 혐의에 관해 진술할 때는 형법상 위증죄의 처벌 대상인 ‘증인’이 아니라 헌법 및 형사소송법상 진술을 거부할 수 있는 ‘피고인’의 지위로 인정해야 한다는 취지다.
‘남산 3억원 사건’은 2008년 2월 라응찬 당시 신한금융지주 회장의 지시로 이백순 신한은행장이 서울 남산자유센터 주차장에서 비자금 3억원을 이명박 전 대통령의 당선축하금으로 ‘성명 불상의 제3자’에게 건넸다는 의혹이다.
이 사건은 2010년부터 수사가 이뤄졌지만, 검찰은 남산 3억원 수수자를 규명하지 못하고, 라 전 회장을 무혐의 처분했다. 2012년엔 언론보도를 통해 현금 3억원 수수자가 이명박 전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이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시민단체 고발로 다시 검찰 수사가 이뤄졌지만, 실체가 밝혀지지 못했다. 2018년 11월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는 재수사를 권고했는데 검찰은 오히려 3억원의 조성과 전달 과정에 대해 거짓 증언한 혐의로 신 전 사장과 이 전 행장을 2019년 6월 기소했다.
1심은 2021년 9월 이들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쟁점은 공범인 피고인이 서로 증인이 될 수 있는지였다. 1심 재판부는 “형사소송절차에서 공범인 공동피고인을 증인으로 심문하는 증거조사 방식을 허용하는 것은 검사에게 공범인 공동피고인을 위증으로 기소할 수 있는 새로운 무기를 부여한다”며 “공범인 공동피고인을 다른 공동피고인에 대한 증인으로 신문하는 현재의 대체적인 재판 실무는 재고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정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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