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사회일반

‘원금만 95억’ 보험 노리고 고의사고로 아내 살해? “보험금 줘야”

등록 2023-05-26 10:59수정 2023-05-26 12:57

대법원, 새마을금고중앙회에 2억 1천만원 지급 판결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만삭인 아내가 교통사고로 사망한 뒤 살인 혐의로 기소됐다가 무죄를 확정 받은 남편에게 보험사가 보험금을 줘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아직 결론이 나지 않은 다른 보험사들과 남편의 소송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남편 이아무개(53)씨와 그의 딸이 새마을금고중앙회를 상대로 제기한 2억1천만원 사망공제금 지급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이씨가 보험금을 부정 취득할 목적으로 보험 계약을 맺었거나 고의로 교통사고를 일으켜 아내를 살해했다고 인정하기에 증거가 부족하다”며 1·2심 판결에 오해가 없다고 판단했다.

이씨는 지난 2014년 자신이 운전하던 차에 함께 타고 있던 아내가 교통사고로 사망한 뒤, 살인·보험금 청구 사기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조수석에 탔던 아내는 임신 7개월(당시 24살)의 캄보디아인으로, 이씨와 2008년에 결혼했다. 이후 보험사들이 살인 혐의로 재판을 받았다는 이유로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자 이씨는 민사소송을 냈다.

이씨가 새마을금고중앙회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1·2심은 모두 이씨 손을 들어줬다. 새마을금고중앙회는 이씨가 △부정한 목적으로 다수의 보험을 가입했고 △고의로 교통사고를 냈으며 △피보험자인 캄보디아인 아내가 계약 내용을 이해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해당 보험 계약이 무효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씨가 악성 부채를 부담하고 있었다는 뚜렷한 사정이 없고, 생활용품점 수입 등을 고려할 때 보험료 부담을 감당할 만한 경제적 상황이었다고 봤다. 또 아내 뿐 아니라 부모와 딸 등 가족들의 보험을 다수 가입한 점을 들어 부정한 목적의 보험 계약이란 보험사의 주장을 기각했다.

고의 사고 주장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이씨의 생명에도 심각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 사고로, 자신은 생존하고 아내만 사망하게 해서 이로 인한 경제적 이익을 취하기 위한 방법으로 이런 범행을 택하는 건 이례적”이라고 판단했다. 또한 “아내가 보험 계약 당시 원동기장치자전거 면허를 취득하기 위해 필기 시험을 통과한 상태였을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할 정도의 한국어 실력을 갖췄다는 점에서 공제 계약의 의미를 이해하면서 계약서에 자필로 서명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새마을금고중앙회가 이씨에게 1억2600만원을, 딸에게 84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씨는 모두 11곳의 보험사와 소송 중인데, 이 가운데 3곳에서 승소 판결을 받았다. 패소 판결을 한 법원은 아내가 한국말이 서툴어 계약 내용을 이해하지 못했으므로 보험 계약이 무효라고 판단했다. 이씨와 미래에셋생명·라이나생명의 소송에서 1심은 이씨가 일부러 교통사고를 냈다고 보지 않았지만, “아내가 내용을 정확히 이해 못 한 채 계약했다”, “한국말이 서툴렀다”는 보험설계자 증언 등을 근거로 보험 계약을 무효라고 판단했다.

앞서 이씨는 2014년 8월23일 2톤 차량을 운전해 시속 60~70㎞ 속도로 고속도로 5차를 달리다가 갓길에 주차된 8톤 화물차를 들이받았다. 이 사고로 캄보디아인 아내가 숨졌다. 검찰은 이씨가 2008∼2014년 아내를 피보험자로, 자신을 수익자로 한 보험 33건에 가입한 점 등을 근거로 살인·보험금 청구 사기 등 혐의로 이씨를 재판에 넘겼다. 당시 이씨 등이 수령할 보험금은 원금만 95억원, 지연이자를 합치면 100억원이 넘었다.  1심, 2심, 3심에 이어 파기환송심, 재상고심까지 치열한 법정공방 끝에 법원은 “범행동기가 선명하지 못하다”며 이씨의 살인 혐의를 무죄로 판단했다. 다만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상 치사 혐의만 유죄로 인정했다. 운전 중에 주의의무를 다하지 못해 사망 사고를 냈다는 뜻이다. 이씨는 2021년 3월 징역 2년형이 확정됐다.

오연서 기자 loveletter@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1.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2.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3.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4.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5.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