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기업 인증을 받은 업종을 벗어나 부동산을 취득해 임대사업을 한 기업은 벤처기업이 누리는 취득세 등 세액감면 혜택을 받을 수 없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이 기업은 밀짚 화장지, 대나무 화장지, 대나무 생리대 등 위생용 종이제품을 만드는 창업벤처기업 인증을 받은 뒤 부동산을 사들여 임대업을 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2부(재판장 신명희)는 지난 4월6일 ㄱ사가 서울 금천구청장을 상대로 ‘취득세 부과 처분을 취소해달라’고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고 26일 밝혔다.
ㄱ사는 2016년 설립돼 화장지, 종이컵, 냅킨 등 일회용품을 생산했다. 이 기업은 2016년 12월 환경형 예비 사회적 기업, 2017년 6월 벤처기업, 2020년 7월 사회적 기업 인증을 받았다. 2019년 6월 서울 금천구 지상 8층 건물을 사들였는데 취득세 75% 감면을 신청하고 8536만여원을 납부했다. 창업벤처중소기업의 사업용 부동산에 해당한다는 이유였다.
그러나 금천구청은 2020년 5월 ㄱ사가 매입한 건물을 제조업에 쓰지 않는다고 확인하고 취득세를 추가로 내라고 고지했다. 구 지방세특례제한법 제58조의3 제7항을 보면, ‘정당한 사유 없이 취득일부터 3년 이내에 그 부동산을 해당 사업에 직접 사용하지 아니하는 경우’ 취득세 경감 대상에서 제외한다고 나온다. ㄱ사는 취득세 등을 포함해 2억5954만여만원을 자진신고하고 납부했으나, 구 지방세특례제한법상 추징사유가 없다는 이유로 추가로 낸 취득세를 돌려달라고 요구했다. 금천구청이 환급을 거부하자 ㄱ사는 2020년 12월 조세심판청구를 냈고 기각됐다. 이후 행정소송도 제기했다.
재판부는 “ㄱ사가 벤처기업으로 확인받은 위생용 종이제품 업종과 달리, 임대업은 창업벤처중소기업의 취득세 감경 요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며 “건물 가운데 2층에서 7층을 위생용 종이제품을 만드는 데 사용하였다고 인정할 증거도 없다”고 판단했다. 2014년 대법원의 판결을 그 근거로 삼았다. 당시 대법원은 “창업벤처중소기업이 받는 세액감면은 감면 규정이 적용되는 창업범위를 넘어서는 경우엔 제외된다”며 “이 제도의 취지는 새로운 사업을 해 ‘원시적인 사업 창출 효과’가 있는 경우에만 세금감면의 혜택을 주려는 데 있다”고 판결한 바 있다.
이정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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