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릉도 도동항 들머리에서 한 주민이 갓 잡아올린 오징어를 말리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남획을 방지하고자 서로 다른 어업 방식을 결합한 공조조업을 금지한 수산자원관리법 조항은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다.
헌재는 지난 25일 수산자원관리법 22조2호에 대한 헌법소원 심판 사건에서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고 29일 밝혔다. 수산자원관리법 제22조 2항을 보면, 어획 효과를 높이기 위해 다른 어업의 도움을 받아 조업 활동하는 행위(공조조업)를 금지한다고 돼 있다.
근해채낚기 어선이 있는 ㄱ씨와 트롤(저인망) 어선이 있는 ㄴ씨는 공조조업을 하다가 재판에 넘겨졌다. 채낚기 어선은 집어등을 이용해 오징어를 모은 뒤 낚시로 잡기 때문에 대량 포획이 어렵고, 트롤 어선은 자루형 그물을 끌고 다니며 오징어를 잡지만 집어등이 없어 효율성이 낮은 편이다. 두 어선의 단점을 보완하고자 ㄱ씨와 ㄴ씨는 채낚기 어선이 집어등을 켜 오징어를 모으면, 트롤 어선이 그물을 끌어 오징어를 잡게 했다. 2018년 10월11일~2019년 1월30일 4개월간 51회에 걸쳐 시가 15억원 상당의 오징어 3315상자를 잡았다.
1심은 수산자원관리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ㄱ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벌금 300만원을 부과하고 3억4300만원을 추징했다. 또 ㄴ씨에게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벌금 500만원을 부과하고 11억5700만원을 추징했다. 항소·상고했으나 기각되자 이들은 수산자원관리법 조항이 위헌이라며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헌재는 “공조조업 금지는 수산자원의 남획을 방지함으로써 지속 가능한 어업이 이뤄지도록 하고, 다른 어업인과의 분쟁을 감소시켜 어업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것으로 입법목적이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또 “채낚기 어선이 집어등을 사용해 오징어를 유인하고 트롤 어선이 그물을 끌어서 이를 포획하면, 기존에 어업허가를 부여할 때 고려한 어획능력을 훨씬 초과해 수산자원의 보존과 어업인 간의 균등한 자원 배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오징어 어획량은 2000년까지 연간 22만 6천톤으로 높은 수준을 유지하였으나 이후 급감하고 있다. 2017년에는 연간 8만7천톤, 2018년에는 4만6천톤, 2022년에는 3만6천톤에 그쳤다.
헌재 관계자는 “공조조업을 금지한 것은 수산자원의 남획으로부터 수산자원을 보존하고 감소한 수산물 어획량을 회복하기 위한 조치로서 불필요하거나 과도한 제한이라고 볼 수 없다”며 “공조조업을 할 수 없어 발생하는 경제적 불이익이 지속 가능한 어업환경의 조성과 어업 질서의 유지라는 공익보다 크지 않기에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지도 않는다”고 헌재 결정의 의미를 설명했다.
정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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