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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실제 상황이면 죽었겠죠”…서울시-행안부 헛발질에 성난 시민들

등록 2023-05-31 11:03수정 2023-06-01 10:39

북한이 우주발사체를 발사한 31일 오전 서울시가 발송한 경계경보 발령 위급 재난문자(왼쪽). 서울시는 이어 6시41분 발령한 경계경보는 오발령 사항이라는 문자를 다시 보냈다. 연합뉴스
북한이 우주발사체를 발사한 31일 오전 서울시가 발송한 경계경보 발령 위급 재난문자(왼쪽). 서울시는 이어 6시41분 발령한 경계경보는 오발령 사항이라는 문자를 다시 보냈다. 연합뉴스

북한의 우주발사체 발사와 관련 서울시가 31일 이른 아침부터 경보 사이렌을 울리고 위급재난문자를 보냈다 20여분 만에 ‘오발령’이라고 정정하면서 시민들이 불안에 떨며 혼란을 겪었다.

서울시는 이날 아침 6시41분 “오늘 6시 32분 서울지역에 경계경보 발령. 국민 여러분께서는 대피할 준비를 하시고, 어린이와 노약자가 우선 대피할 수 있도록 해주시기 바란다”는 내용의 위급재난문자를 발송했다. 일부 지역에서는 경계경보 사이렌도 울려 퍼졌다.

하지만 별다른 상황 설명이나 대피 안내 등은 없어 이른 아침 잠을 자거나 출근이나 등교 준비를 하던 시민들이 큰 혼란을 겪었다. 순간적으로 트래픽이 몰리면서 포털 사이트 접속마저 이뤄지지 않으면서 사태를 파악하려던 시민들의 혼란은 더욱 커졌다.

서울 서대문구에 거주하는 직장인 이아무개(27)씨는 “경보가 발령됐는데 재난문자에 아무런 설명이 없어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네이버랑 뉴스통신사 앱에 들어갔는데 둘다 들어가지지 않았다. 포털이랑 통신이 날아갔다니 큰일일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해 급하게 대피할 짐을 챙겼다”며 “옷 꺼내고 정신 없던 와중에 오발령마저 위급 재난 문자로 와서 두 번 놀랐다. 아침에 너무 놀라고 정신이 없어서 휴가를 썼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구에 사는 대학생 이예린(21)씨도 “사이렌에 재난문자까지 와서 자다가 깜짝 놀랐다. 학교에 챙겨가는 가방을 내려놓고 비상용 가방을 챙기기 시작했는데 어디로 가야 할지, 뭘 챙겨야 할지 아무런 정보가 없는데 네이버도 안 돼서 막막했다”며 “혹시 이후 통신 연결이 안 될까봐 급하게 가족과 통화를 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서울 동작구에 사는 박아무개(32)씨도 “대피하라고 하는데 어디로 가야하는지 안내도 없고 잘 모르니 전쟁 나면 꼼짝 없이 죽겠구나 싶었다”고 말했다.

북한이 31일 오전 6시29분께 평안북도 동창리 일대에서 남쪽 방향으로 북한이 주장하는 우주발사체를 발사했다고 합동참모본부가 밝혔다. 이날 오전 서울역 대합실 TV에 서울 전역에 경계 경보가 내렸다는 뉴스속보가 나오고 있다. 이후 행안부는 “서울특별시에서 발령한 경계경보는 오발령”이라고 정정했다. 연합뉴스
북한이 31일 오전 6시29분께 평안북도 동창리 일대에서 남쪽 방향으로 북한이 주장하는 우주발사체를 발사했다고 합동참모본부가 밝혔다. 이날 오전 서울역 대합실 TV에 서울 전역에 경계 경보가 내렸다는 뉴스속보가 나오고 있다. 이후 행안부는 “서울특별시에서 발령한 경계경보는 오발령”이라고 정정했다. 연합뉴스

시민들은 에스엔에스(SNS)로 서로 대피소 위치를 공유하기도 했다. 한 누리꾼은 “지금 국민재난안전포털도 접속이 안되는데, 가까운 대피소 위치 찾기 어려우시면 주변 대형 아파트·병원·건물 지하주차장이나 가까운 지하철역으로 가시면 됩니다”라는 글을 트위터에 공유하기도 했다. 서울 영등포구에 사는 김아무개(34)씨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주변 대피 장소 정도는 알고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하로 가라는 데 지하가 어딘지 다들 모르지 않냐”고 했다.

서울로 출근하는 경기도민이나 인천시민들도 불안을 호소했다. 경기도 광명에 사는 직장인 김아무개(33)씨는 “서울 금천구 가산동이 걸어서 20분도 안걸리는데, 걸어서 서울로 출근하는 경기도민은 재난 상황을 모르고 죽어도 된다는 거냐. 진짜 재난 상황이라고 생각하니 아찔했다”고 말했다.

지난달 28일 종로구청에서 지진발생 문자를 오발송한 데 이어 한달여 만에 또다시 이런 일이 발생한 데 대해 정부와 지자체가 시민들의 안전불감증을 유발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서울 관악구에 사는 김아무개(62)씨는 “이제는 정말로 재난 상황이 닥쳐도 ‘또 잘못 보냈겠지’ 하고 경각심 없이 출근하고 등교하는 일상생활을 이어갈까봐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장나래 기자 wing@hani.co.kr 고병찬 기자 kick@hani.co.kr 곽진산 기자 kjs@hani.co.kr 김가윤 기자 gay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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