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법전원) 교원 선발 과정에서 불거진 채용비리 논란과 관련해 교육부와 대학 쪽이 국민권익위원회(권익위)에서 주요 관련자 징계와 수사 의뢰 등을 요구받고도 반년 가까이 결론을 내리지 않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를 제기한 내부 제보자는 학내 괴롭힘 등 2차 피해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
<한겨레>가 6일 입수한 권익위 공공기관 채용비리 근절추진단의 ‘강원대 채용비리 의혹 관련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권익위는 지난해 12월 “감독부처인 교육부가 대학에 사후조치(징계, 필요시 수사의뢰) 이행을 요구할 필요가 있다”며 강원대 법전원장과 교무부원장, 심사위원 2명에 대한 처분이 필요하다고 통보했다. 문제는 지난해 6월22일 강원대 법전원의 ‘2022년 2학기 형법 실무 전임교원 채용’ 과정에서 시작됐다. 전체 5단계로 이뤄진 채용 과정에서 이날 4단계 교육능력심사가 이뤄졌는데, 심사에 참여한 교수 23명 가운데 지원자 ㅇ씨와 같은 학교 같은 학부에서 공부하고, 다른 대학에서 박사과정을 한 학기 동안 함께한 윤아무개, 이아무개 교수가 포함된 게 문제가 됐다. 강원대 ‘전임교원 신규임용지침’은 지원자와 같은 대학(대학원 포함)·학과·전공·학년으로 한 학기 이상 함께 다닌 경우 심사위원이 될 수 없다고 정하고 있다.
일부 위원이 규정에 어긋난다고 지적했지만 심사는 그대로 진행됐다. 교육능력심사 위원장인 문병효 법전원장은 심사 하루 전날에야 소속 교수들에게 메일을 보내 “(심사 참여 제한 사유에) 해당하는 것으로 판단되는 교수는 참석을 자제해달라”고 안내했다. 결국 ㅇ씨는 합격선에 해당하는 25점 이상을 받아 최종 면접에 진출했다. 다만 최종 면접날인 7월13일 법전원 내부 제보자가 부총장을 찾아가 문제를 제기하고서야 채용 절차가 중단됐고, ㅇ씨는 재심사 끝에 불합격 처리됐다.
권익위는 이 문제가 일부 언론보도와 국회 국정감사 등을 통해 이슈화한 지난해 11월 실태조사에 나서 한달여 뒤 교육부에 조사 결과를 통보했다. 권익위는 “(강원대) 법전원의 제척사유 자의적 해석 및 적용에 따라 교원능력심사 결과에 대한 공정성이 심각하게 훼손됐다”며 “사실을 은폐한 정황은 형법상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 방해 소지가 있으므로 관련자 처분 외에 수사 의뢰를 통한 사실 규명 병행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권익위는 “감독부처인 교육부가 대학에 사후조치(징계, 필요시 수사 의뢰) 이행을 요구할 필요가 있다”며 법전원장과 교무부원장, 심사위원 2명 등 4명에 대한 처분이 필요하다고 통보했다.
하지만 6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대학 쪽 징계는 완료되지 않았다. 강원대는 지난 1월 자체 징계기구인 ‘일반징계위원회’를 열어 심사위원 2명에 ‘경고’ 처분을 했다. 하지만 법전원장과 교무부원장에 대한 처분은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 강원대 관계자는 “본 사건과 관련해 조사가 필요한 연관 사건이 있어 최종 결론까지 시일이 걸린다”고 말했다.
징계 절차가 미뤄지는 것을 두고 교육부 책임론도 제기된다. 현행 교육공무원 징계령 제2조는 대학의 단과대학장이나 국립전문대학장과 전문대학에 준하는 각종 학교의 장에 대한 징계는 교육부 차원의 ‘특별징계위원회’에서 처리토록 한다. 강원대 법전원은 법과대학의 후신이고 강원대도 공문 등에서 법전원을 단과대학의 예로 드는 등 법전원을 단과대학으로 보고 이번 징계도 교육부가 다뤄야 맞는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교육부 관계자는 “징계 대상자가 일반징계 대상인지 특별징계 대상인지 판단하는 주체는 대학”이라며 행정해석 권한을 대학에 돌렸다. 그는 이어 “교육부는 대학이 특별징계위 개최에 대해 요청을 하면 절차를 진행하는 것이지, 사전에 관여하기는 어렵다”면서도 “교육공무원 징계령이 다소 애매해, 법전원장을 단과대학장으로 봐야 할지 여부에는 해석의 여지가 있다. 입법상 미비점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징계가 미뤄지는 사이 채용 불공정 문제를 제기한 내부 제보자가 2차 피해를 받는다는 우려도 나온다. 권익위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문 법전원장은 사건 직후 소속 교수들에게 전체 메일을 보내 “(이 문제를 제보한 것은) 법전원의 발전을 위해서도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행동”이라며 “경과를 조사하고 밝혀진 진상에 대해 상응하는 조처를 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나온다. 권익위는 “제보자에 대한 따돌림, 행정실 직원과의 대화 등 접촉 금지, 이견을 제기한 교수에 대한 업무 배제 등 부당한 지시가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짚었다.
이에 문 법전원장은 “강원대 전임교원 신규임용지침에 ‘제척’이라는 명확한 표현은 나오지 않는다”며 “규정 자체가 모호한데 원장이 함부로 심사위원을 제척시킬 수 없었고, 심사위원 스스로 판단에 따라 참여를 ‘회피’해야 하는 문제였다”고 밝혔다. 2차 가해 우려에 대해선 “학내 인권센터에서도 문제가 없다고 결론 내렸다. 근거 없는 주장”이라고 말했다.
김민제 기자 summ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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