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일 방문한 전북 전주시 성폭력예방치료센터 부설 전주성폭력상담소 사무실의 모습. 한그루(활동명) 활동가(왼쪽 두 번째)는 이 상담소에서 운영하는 디지털 성범죄 지역 특화상담소 상담원으로 근무하고 있다. 오세진 기자 5sjin@hani.co.kr
디지털 성범죄가 해마다 증가하고 있지만 정작 피해자를 도와줄 손길은 여전히 부족하다. 게다가 피해자를 가장 가까운 곳에서 지원하는 상담원들은 ‘고용 불안’에까지 시달리고 있다.
전국의 디지털 성범죄 지역 특화상담소 10곳(올해 14곳으로 확대)이 지난해 지원한 피해자 수는 모두 1141명이다. 2021년(7곳, 631명 지원)에 비해 2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피해지원 건수(7927→1만7635건)도 2배 이상 증가했다. 특히 피해영상물 삭제 지원은 179건에서 3554건으로 20배 가까이 폭증했다.
피해자는 늘고 있지만, 특화상담소 별 상담원 수는 단 2명이다. 지난해 기준 상담원 1명이 피해자 57명, 피해지원 882건을 담당한 셈이다. 대구여성의전화에서 디지털 성범죄 특화 상담을 하고 있는 루나 활동가는 “상담원 2명이서 그 지역에서 발생하는 피해자들을 모두 지원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며 “(피해자들을 제대로 돕기 위해서라도) 인력 충원은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같은 곳에서 일하는 당근 활동가도 “피해자는 나날이 늘고, 한 번 발생한 피해가 계속 이어지는 분들도 많다”며 “상담원 2명이 이분들을 섬세하게 모두 챙기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최소 1명이라도 인력이 더 충원된다면, 더 많은 피해자에게 더 나은 도움을 드릴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상담원 수가 2명뿐인 건, 여성가족부가 2명 몫의 인건비(전체 사업 예산 50% 국비 지원, 나머지는 지방비)만 지원하기 때문이다. 상담원들의 임금은 ‘상담원의 기본급을 그해 기준 최저임금액 이상이 되도록 편성하라’는 여가부의 지침에 따라 정해진다. 올해 특화상담소 상담원들의 최저 기본급은 월 201만580원(시간당 최저임금 9620원X월 소정근로시간 209시간)이다. 사회복지시설 직원들은 직위·호봉별로 기본급이 다른데, 특화상담소 상담원들의 기본급은 이 중에서도 가장 낮은 기본급(201만600원) 수준이다. 지방자치단체에 따라 추가 수당이나 처우 개선비를 지급하는 곳도 있지만, 특화상담소 직원들의 연봉은 평균 3000만원대 초반(사회보험료·퇴직적립금 포함) 수준이다. 게다가 특화상담소 사업이 1년 단위로 진행되기 때문에, 상담원들은 고용 불안에까지 시달려야 한다. 상담소 운영 기관이 바뀌게 되면 일자리를 잃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특화상담소 상담원을 2명에서 3명으로 늘리고, 인건비를 인상하는 예산안(2억5500만원 증액)이 국회 여성가족위원회에서 의결됐지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심사 문턱을 넘지 못했다. 여가부는 올해 특화상담소 운영 실태를 분석해 개선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연구용역을 시작했다.
오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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