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오후 서울 중구 퇴계로 남산스퀘어빌딩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 제56차 전체위원회에서 2소위 위원장인 이상훈 상임위원(가운데)이 5월30일 월례회의에서 한 간부가 했다는 색깔론 발언과 관련 김광동 위원장(오른쪽)에게 질문하고 있다. 윤운식 기자 yws@hani.co.kr
김광동 위원장이 주재한 진실화해위 월례회의에서 한 간부가 색깔론을 거론하며 직원을 질책하는 발언을 해 위원회 내부가 술렁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12월 김 위원장 취임 뒤 위원회 내부의 변화된 기류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일화라는 평가가 내부에서 나온다. 한편 베트남 하미 학살 조사 건에 대한 각하 결정 통지서가 무성의하게 작성됐다는 <한겨레> 보도와 관련해선 보완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위원장 김광동, 진실화해위)는 7일 오후 1시반 제56차 전체위원회를 열었다. 총 8명의 위원 중 김 위원장을 비롯해 이옥남 이상훈 상임위원, 차기환 장영수 김웅기 이상희 비상임위원 등 7명이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2소위 위원장인 이상훈 상임위원은 의사진행 발언을 통해 “최근 한 회의(월례회의)에서 조사1국의 한 과장이 6.25와 같은 전쟁 상황이었다면 직원이 무엇을 들고 있을지 심히 걱정된다는 발언을 했고 그런 상황이 전체 위원들과 직원들에게 다 퍼지면서 직원들의 사기가 굉장히 저하된 상황”이라면서 “김 위원장은 회의 중 이에 대해 아무런 제지를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상훈 상임위원은 “(문제의 발언을 한 간부가) 진실화해위 직원들이 시민단체같이 행동하고 있다”고 말하다가 전쟁 이야기까지 했다고 전했다. 이 발언에 대해 1소위 위원장인 이옥남 상임위원은 “간부회의에서 한 직원의 발언을 가지고 전체회의에서 문제 삼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반박했으며, 김 위원장은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았다.
문제의 회의는 지난 5월30일 오후 김 위원장 주재하에 각국의 국장과 과장이 참석해 열린 월례조회였다. 진실화해위는 한국전쟁 사건을 다루는 1소위에 조사1국(조사1~4과)이, 인권침해 및 조작사건을 다루는 2소위에 조사2국(조사5~8과)이 편재돼 있다. 해당 발언을 한 조사1국의 4과를 담당하는 ㅎ과장은 서울, 경기, 충남, 충북, 전북에서 발생한 한국전쟁기의 군경 또는 적대세력에 의한 희생사건 조사를 총괄하는 위치에 있다. 이 과에는 조사관 등 15명이 일하고 있다. ㅎ과장은 발언의 사실관계를 묻는 <한겨레>의 전화에 “(색깔론을 거론한 발언을 했는지는) 잘 모르겠다. 입장이 없다”고 말했다. ㅎ과장의 이런 발언 등은 지난해 12월 김광동 위원장 취임 뒤 진실화해위의 변화된 기류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름을 밝히기를 꺼린 한 진실화해위 조사관은 “김 위원장 취임 후 적대세력, 즉 인민군이나 지방 좌익, 빨치산에 의해 민간인이 희생된 사건을 중요시하는 분위기이고, 공권력에 의한 민간인 희생은 진실규명이 더 어려워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상희 위원은
진실화해위 각하 결정 통지서의 내용이 2019년 국방부의 청원 회신문보다 무성의했다는 지난 1일 <한겨레>의 보도를 언급하며 “각하 결정 통지서가 회의에서 나온 다양한 의견을 담고 있지 못하고 있음을 확인했다. 이후 논쟁이 될 사안들은 진실규명 결정문만큼은 아니어도 신중하게 작성해 적어도 국장 선에서 결재가 이뤄졌으면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이에 대해 송상교 사무처장은 “우리 위원회의 통지는 과장 전결로 돼 있는데 신청인 배려 차원에서 표현을 정중하고 세심하게 신경 쓰도록 하겠다. 향후에는 규정에 근거하되, 중요사건의 경우엔 그 부분을 살피겠다”고 말했다. 김광동 위원장도 “사회적으로 민감하거나 조금 더 검토해서 나가야 할 각하 사안의 경우에는 국장 선이든 처장 선이든 위원회 차원에서 한 번 더 보완해서 내용을 정리해 나가는 방안을 찾겠다 ”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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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경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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