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영고 선수 2명이 11일 경기 성남시 탄천야구장에서 열린 주말 리그 경기 도중 충돌해 쓰러져 있다. <한국방송> 뉴스 갈무리
경기 도중 발생한 충돌로 고교야구 선수 2명이 크게 다쳤지만, 현장에서 약 20분 동안 방치된 채 적절한 응급처치를 받지 못한 사실이 확인됐다. 현장에는 응급 상황에 대처할 의료진이 없었고, 이들을 배치해야 할 의무 규정도 부재했다.
앞서 12일 <한국방송>(KBS)은 경기 성남시 탄천야구장에서 열린 진영고와 부천고의 주말리그 경기(11일)에서 6회말 진영고 좌익수와 유격수가 서로 충돌해 쓰러졌다고 보도했다. 이날 현장에는 구급차가 있었지만, 운전기사 외에 의료진이 없어 제대로 된 응급조치를 할 수 없었고, 병원 이송도 지연됐다.
보도를 보면, 부상자 ㄱ군은 얼굴 부위에 일곱 군데 골절을 당했고, 치아 5개가 부러졌다. 사고 당시 입안에는 피가 나고 호흡도 어려웠던 것으로 전해졌다. 병원 진단 결과 인공뼈 삽입 수술이 필요해, 완전히 회복하려면 2년이 걸릴 전망이다. 사실상 선수 생활을 이어갈 수 있을지가 불투명해진 셈이다.
부상은 심각했지만 응급 처치는 부족했다. 안전을 책임질 의료진이 현장에 없었기 때문이다.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관계자는 <한겨레>와 통화에서 “현장에 의료진이 없었던 것은 맞다”고 인정했다. 협회는 주말 리그에 구급차·간호사 비용으로 하루 40만원을 지원하고 있는데, 실제로는 의료진 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 협회는 관련 내용을 조사한 뒤 발표할 계획이다.
리그 규정에 의료진 배치를 의무화하고 있는 프로야구와는 달리 고교야구에는 관련 규정도 없었다. 지난 3월 문화체육관광부와 스포츠안전재단이 배포한 ‘스포츠행사 안전점검 매뉴얼’은 “응급상황 시 의료행위 및 처치가 가능한 전문인 1명을 반드시 함께 편성하여 행사를 운영해야 한다”고 명시했지만, 이는 의무가 아닌 권고 사항이다. 스포츠안전재단 관계자는 “의료진 배치 의무화 등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별개로 현재 국회에는 스포츠 행사 시 안전 관리에 대한 법률도 발의돼있으나 아직 심사 중이다.
이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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