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치를 초과하는 환경호르몬이 검출되어 전량 리콜 처분을 받은 아기욕조
간이나 신장 등에 치명적인 손상을 줄 수 있는 환경호르몬이 안전치 기준의 600배가 넘게 검출된 아기 욕조 등을 만들고 유통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업체와 대표들이 첫 재판에서 혐의를 인정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8단독 박민 판사는 13일 어린이 제품안전특별법 위반과 사기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아기 욕조 제조사 대현화학공업과 유통사 기현산업, 각 기업 대표 2명에 대한 첫 공판을 열었다. 이들은 인체에 유해한 환경호르몬인 프탈레이트가 안전치 기준치의 612.5배를 넘긴 배수구 마개를 장착한 아기 욕조 8만5천개를 만들어 4억4천만원 상당의 금액을 편취한 혐의를 받고 있다. 프탈레이트는 파이프, 케이블 코팅재료 등 쓰이는 폴리염화비닐수지(PVC)를 말랑말랑하게 만들고자 첨가하는 물질이다. 정상적인 호르몬 기능을 방해해 간이나 신장에 치명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 검찰은 이들이 배수구 마개 원료를 바꾸면서 안전기준에 따른 시험검사를 시행하지 않고 안전인증 마크(KC)를 거짓으로 달아 소비자를 속이고 부당 이익을 챙긴 것으로 보고 있다.
이날 업체 쪽은 “혐의를 인정한다”면서도 “다만 사기 혐의 부분은 검토하려 한다. 수사단계에서는 (피고인의 행위가 법률상 기망에 해당한다는) 이야기가 한 번도 없었다”고 말했다. 우선, 검찰이 편취했다고 보는 금액 산정 기준을 문제 삼았다. 편취 금액이 다이소에서 소비자에게 판매한 대금이라며 업체가 다이소로 납품한 대금으로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또 공소장에 ‘소비자’가 아니라 ‘유통업체 다이소’가 피해자로 돼 있다고 했다. 재판부는 “기망행위가 무엇인지, 피해자가 다이소인지, 피해자를 누구로 봐야 하는지, 편취금액 산정 방법 등에 대한 법률적 검토가 필요하다는 취지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 제품은 다이소 등에서 ‘물 빠짐 아기 욕조”로 저렴하게 판매돼 ‘국민 아기 욕조’라고 불리며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2020년 12월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이 배수구 마개에서 기준치가 넘는 환경호르몬이 검출됐다며 상품을 전량 리콜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이정규 기자
j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