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사회일반

‘고발사주’ 판결문 검색, 윤석열 사단 검사가 그 이름을 말했다

등록 2023-06-13 15:30수정 2023-06-13 19:48

[재판돋보기]
‘고발사주 의혹’으로 기소된 손준성 서울고검 송무부장이 지난 4월24일 오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고발사주 의혹’으로 기소된 손준성 서울고검 송무부장이 지난 4월24일 오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고발사주 의혹'의 뼈대는 검찰이 '윤석열 검찰총장' 쪽 입장이 담긴 고발장을 작성한 뒤 특정 정당을 통해 고발을 사주하려 했다는 것이다. 시기는 21대 총선을 앞둔 2020년 4월 초다. 당시 고발장과 함께 수사기관이 아니면 찾기 어려운 특정인의 실명 판결문이 미래통합당 당직자였던 조성은씨에게 전달됐다. 공교롭게도 고발장 전달 직전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실(수정관실)에서도 해당 판결문을 검색했다. ‘대검이 고발장을 대리 작성해 전달했다’는 공수처의 의심은 이런 점에 근거하고 있다. 당시 문제의 판결문 검색을 첫 시도한 이는 김아무개 수사관이다. 그가 왜 판결문을 검색했는지는 ‘고발사주 의혹’의 실체를 밝힐 중요 고리다. 12일 증인으로 출석한 김 수사관은 대검 한 검사가 하는 말을 ‘듣고’ 판결문을 ‘자발적으로’ 검색했다고 증언했다. ‘지시’를 받고 검색한 게 아니라는 취지다. 자발적 행위라해도 당시 김 수사관의 행동은 '고발사주'를 위해 집단적으로 움직였던 당시 대검의 분위기를 보여준다는 게 공수처의 입장이다.

서울중앙지검 형사합의27부(재판장 김옥곤) 심리로 12일 열린 손준성 서울고검 송무부장(검사)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공판에 당시 수정관실 1담당관실 공개정보분석팀장으로 있던 김아무개 수사관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고발사주’ 1차 고발장과 <채널에이(A)> 사건 제보자 지아무개씨 판결문 자료가 ①손준성 검사로부터 ②김웅 국민의힘 의원을 거쳐 ③조성은씨에게 전달된 2021년 4월3일, 김 수사관은 오전 8시33분께부터 검찰에서 사용하는 판결문 검색 시스템을 통해 지씨 이름을 6회에 걸쳐 검색했다. 그는 왜 검색했을까.

■ ‘윤석열 사단’ 검사, 채널에이 사건 제보자 지씨 언급

김 수사관은 그날 오전 김영일 당시 수정관실 수사정보1담당관(검사)의 발언을 듣고 지씨 판결문 검색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김 수사관은 오전 8시께 김 검사에게 대면 보고를 하러 들어갔다고 한다.(*김 검사는 2022년 9월 수원지검 2차장검사 직무대리로 발령났다. 당시 ‘윤석열 사단’ 검사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관련 ‘변호사비 대납 의혹’ 수사를 총괄하는 자리로 보냈다고 논란이 일었다.)

“텔레비전에서 뉴스가 나왔다. (김 검사가) 뉴스를 보여주면서 (채널에이 사건) 제보자가 지씨라고 이야기했던 거 같다. 그래서 사무실에 돌아와 (판결문을) 검색하게 됐다.” -김 수사관

그는 6차례나 반복해 검색했다. 지씨 이름을 정확히 몰랐기 때문이라고 했다. 김 수사관은 김 검사가 ‘지시’한 건 아니라고 증언했다.

“(김 검사) 옆방에 수사관이 있는데 굳이 아침 보고 마치고 (나에게) 판결문을 출력해 오라고 했을지 기억이 명확히 나지 않는다.” -김 수사관

김 수사관이 지씨 이름을 여러 차례 잘못 입력한 점은 ‘지시가 아니다’는 추론의 근거가 됐다. 재판부는 “지씨 이름을 (정확하게) 검색하지 않았다는 건 (김 검사가) 지시 안 했다고 보는 것이 맞겠다”며 “구체적으로 지시했다면 (지시) 내용을 확인해보고 받아가는 게 순리일 것”이라고 했다.

공수처는 다른 입장이다. 김 수사관의 검색이 대검 안에서 숨 가쁘게 진행된 ‘고발사주’ 과정의 일부라고 보고 있다. 공수처의 손 검사 공소장 등을 종합하면, ①4월3일 새벽 3시께 <조선일보>는 채널에이 사건 제보자가 ‘문재인 정부 골수 지지자’라며 지씨 성과 나이를 보도했다. ②손 검사는 오전 7시께 ‘누군가’에게 텔레그램으로 이 기사 링크와 “제보자가 지00임”이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③한 시간 반 뒤 증인 김 수사관은 지씨 판결문 검색에 실패했으나, ④오전 9시14분과 오전 10시12분께 당시 수정관실 소속 임홍석 검사와 성상욱 검사(당시 수사정보2담당관)가 지씨 판결문 검색에 성공했고, ⑤오전 10시26분께 손 검사는 ‘누군가’에게 지씨 실명 판결문 사진을 텔레그램으로 보냈다. ⑥오후 1시47분께 김웅 의원은 조성은씨에게 ‘손준성 보냄’이 붙은 해당 사진을 전달했다. 공수처는 ‘손 검사가 김웅 의원에게 보냈다’고 본다.

요양병원을 불법 개설해 요양급여를 타 간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윤석열 대통령 장모 최은순씨가 지난해 1월25일 오후 서초구 서울고법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요양병원을 불법 개설해 요양급여를 타 간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윤석열 대통령 장모 최은순씨가 지난해 1월25일 오후 서초구 서울고법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 대검서 ‘윤석열 일가 사기 피해자’ 보고…“특별한 경우” 증언

당시 검찰총장이던 윤석열 대통령 가족 사건에 ‘총장의 눈과 귀’로 불리는 대검 수정관실의 관심이 높았다는 정황도 이날 법정에서 재차 공개됐다. 윤 대통령 장모 최은순씨 관련 언론 보도가 계속됐던 때였는데, 성상욱 검사가 윤 대통령 가족 관련 유튜브 반응을 살펴보라고 지시했다고 김 수사관이 증언했기 때문이다. 또한 ‘고발사주’ 고발장이 전달되기 하루 전날인 4월2일 김 수사관이 ‘서울의 소리(윤석열 일가 사기 피해자 녹취 파일)’ 등 보고서를 김영일 검사를 비롯한 상급자들에게 보고한 사실도 밝혀졌다. 김 수사관은 윤 대통령 장모 관련 의혹을 계속 제기해온 정대택씨 사건 처분 결과 등을 7차례 검색했다고도 덧붙였다.

재판부는 검찰총장 가족 관련 모니터링 및 보고가 이뤄진 데 의문을 표했다. 재판부는 ‘서울의 소리’ 보고서를 언급하며 “(수정관실이) 특정 유튜브 방송 관련 보고서를 작성해 보고한 경우가 종종 있었나. 아니면 특별한 경우인가”라고 질문하자 김 수사관은 “특별한 경우”라고 답했다. ‘정대택’ 등 특정 개인 이름 검색이 흔한 경우인지도 재판부가 묻자 김 수사관은 “자주 발생하는 건 아니다. (정씨가) 주장하는 이야기가 뭔지 확인하고 무슨 내용인지 알고 싶어 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답했다. ‘이들 외 특정인 판결문 등을 검색한 일 있냐’는 질문에 김 수사관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손 검사 쪽 변호인은 판결문 검색 및 모니터링이 수정관실의 정당한 업무라고 주장했다. “윤 총장 가족 관련 검찰 수사가 정당했는지를 언론 등이 문제제기하던 상황이라 재수사 필요성이 있기에 (이런 업무들이) 본연의 업무 일환이라 생각했는가”라고 변호인이 묻자 김 수사관은 “그런 점이 있었다”고 답했다. “실명 판결문 검색 자체가 총장 개인이나 가족을 비호하기 위한 목적인가”라고도 물었다. 그러나 김 수사관은 “그런 적이 없다”고 했다. “손 검사가 (판결문 검색 등을) 지시한 적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김 수사관은 “손 검사 지시를 받은 적 없다”고 말했다.

*지난 이야기: ‘고발사주 의혹’은 21대 총선을 앞둔 2020년 4월 검찰이 범여권 인사 등에 대한 고발장을 작성해 당시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총선 후보였던 김웅 국민의힘 의원에게 전달했다는 의혹이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손준성 서울고검 송무부장(당시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으로부터 전달된 고발장 등 관련 자료들이 김 의원을 통해 ‘제보자’ 조성은씨에게 전해졌다고 판단한다. 공수처는 2021년 9월 수사에 들어갔지만, 손 부장 구속에 연달아 실패하면서 손 부장 ‘윗선’을 규명하지 못했다.

전광준 기자 light@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윤 대통령 “문재인·노무현 부인도 문제 일으켜”…김 여사 논란 물타기 1.

윤 대통령 “문재인·노무현 부인도 문제 일으켜”…김 여사 논란 물타기

드론으로 국정원 촬영, 중국인 관광객 현행범 체포 2.

드론으로 국정원 촬영, 중국인 관광객 현행범 체포

“윤석열에게 실망과 공포…참담하다” 거리로 나온 시민들 3.

“윤석열에게 실망과 공포…참담하다” 거리로 나온 시민들

‘거친 입’ 임현택 의협회장, 결국 취임 반년 만에 탄핵 4.

‘거친 입’ 임현택 의협회장, 결국 취임 반년 만에 탄핵

[단독] 검, 김건희 무혐의 때 방조범은 “전문투자자”라더니 상고할 땐 “전문성 없어” 5.

[단독] 검, 김건희 무혐의 때 방조범은 “전문투자자”라더니 상고할 땐 “전문성 없어”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