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김아무개(32)씨는 올해 초 헬스장 개인트레이닝(PT) 20회권을 선결제로 계약했다. 트레이너가 20회권을 한 번에 결제하면 기존 수강료보다 30% 저렴하게 해준다고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씨는 “가격 이점 때문에 장기계약을 맺고는 있지만, 최근 헬스장 폐업 소식이 적지 않게 들려오면서 걱정이 든다”고 말했다.
최근 유명 기업형 헬스장이 ‘경영상 어려움’을 이유로 폐업을 결정하면서 헬스장 이용료나 개인지도 수강료를 돌려받지 못한 피해자들이 속출하고 있다. ‘먹튀’ 피해를 최소하하기 위해선 3개월 이내 단기계약을 맺거나, 장기 계약할 경우 신용카드 할부를 활용한다면 피해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할부거래에 관한 법률(할부거래법)을 보면, 할부계약의 불성립 등의 조건에선 소비자가 거래업자에게 할부금 지급을 거절할 수 있는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 즉 카드사에 ‘헬스장이 문을 닫았으니 대금 지급을 하지 말라’고 요청할 수 있다는 뜻이다. 고객이 직접 카드사에 문의해야 한다. 다만 20만원이 넘는 금액을 2개월 이상, 3회 이상 나눠 지급하는 할부거래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최대한 할부 기간을 늘리는 것도 할부항변권 사용에 유리하다. 같은 금액이라도 3개월 할부보다는 12개월 할부가 유사시 더 많은 돈을 지킬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현금 결제 또는 신용카드 일시불 결제가 많다는 점이다. 지난 2020년 10월 한국소비자원이 그해 8월까지 헬스장 계약의 피해구제 사례를 분석한 결과, 현금이나 일시불 결제가 전체 결제 1386건 중에서 69.4%(962건)에 달했다.
이용료 반환을 청구하는 민사소송을 낼 수도 있다. 그러나 시간도 오래 걸릴뿐더러 개인이 실제 소송까지 진행하기는 쉽지 않다. 법무법인 주원 김진우 변호사는 “개인별로는 금액이 많지 않아 애써 소송하려 하지 않는다. 이런 빈틈을 노려 의도적으로 폐업하는 헬스장이 적지 않다. 바지사장을 내세워 (법적) 책임을 피하는 곳도 있다”고 했다. 김 변호사는 “현금으로 한 번에 목돈을 내는 계약은 먹튀 먹잇감이 되기 쉽다”며 “과도한 마케팅을 하는 헬스장은 계약 전에 의심해봐야 한다”고 했다. 장기계약 시 할인 폭이 지나치게 크거나, 현금 결제를 유도하는 경우 조심할 필요가 있다.
곽진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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