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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오세훈은 우리 광장을 보고 배우라’…성공회대서 대학 첫 ‘미니퀴퍼’

등록 2023-06-20 13:50수정 2023-06-20 16:04

20일 서울 구로구 성공회대에서 ‘제1회 성공회대 미니퀴어퍼레이드’가 열린 가운데, 전날 설치된 행사 현수막 앞에서 신현진(23)씨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신현진씨 제공
20일 서울 구로구 성공회대에서 ‘제1회 성공회대 미니퀴어퍼레이드’가 열린 가운데, 전날 설치된 행사 현수막 앞에서 신현진(23)씨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신현진씨 제공

“큰 행사가 아니라더라도 학내에서 일상적으로 서로의 존재를 느끼고 격려하고 응원하는 행사가 계속됐으면 해요.”(신현진·23)

“서울시는 광장을 열지 않았지만, 대학과 대학생들이 성소수자들과 연대하는 공간을 열었다는 점에서 의미 있다고 생각해요.”(염정우·19)

성공회대 재학생 신씨와 염씨는 20일 오후 ‘제1회 성공회대 미니퀴어퍼레이드’(미니퀴퍼) 부스에서 평소 입던 옷과 들고 다니던 가방에 무지개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이들은 이 옷과 가방으로 학내 성소수자 학우들에 대한 연대의 의미를 표현한다고 했다. 이들은 “미니퀴퍼를 두고 ‘부끄럽다’는 익명커뮤니티 여론이 있었는데, 정작 현실에서는 이렇게 말하는 친구들을 본 일이 없다”고 했다.

서울시의 서울광장 사용 불허 조치로 서울퀴어문화축제가 다음 달 1일 을지로에서 열리는 가운데, 이날 서울 구로구 성공회대에서 학내 단체들 중심으로 미니퀴퍼가 열렸다. 대학 내에서 오프라인으로 ‘퀴어퍼레이드’가 열리는 것은 국내 최초다. 이들은 학내에서 일어난 성소수자 혐오를 이겨내고 ‘무지개 광장’을 열었다.

성공회대 미니퀴어퍼레이드 조직위는 행사 개최에 앞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시는 성소수자의 외침을 틀어막았다. 기독교단체가 주관하는 행사가 열린다는 이유로 광장을 빼앗겼고, 다시 회복할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며 “내가 사는 서울시가, 내가 사는 대한민국이 나에게 광장을 내놓지 않는다면 내가 다니는 학교에서만큼은 자유로울 수 있도록 성공회대의 광장을 열었다. 서울시장 오세훈은 우리의 광장을 보고 배우라”고 했다.

앞서 서울시는 지난달 3일 서울퀴어퍼레이드 개최를 위한 서울광장 사용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서울퀴어퍼레이드는 2015년부터 코로나19 시기를 제외하곤 매년 서울광장에서 진행됐지만, 서울시는 같은 날 ‘청소년·청년을 위한 회복콘서트’를 열겠다는 기독교계 시티에스(CTS)문화재단의 서울광장 사용을 승인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문봄(24)씨는 “서울시 열린광장운영시민위원회 회의록엔 퀴어문화축제가 바르게 커야 하는 청소년들의 성문화에 좋지 않다는 등의 혐오 표현들이 담겨 있다”며 “서울시는 서울광장을 내주지 않음으로써 성소수자를 이 사회에 없는 존재로 취급하고 시민으로 인정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이들이 학내에서 미니퀴퍼를 열기까지도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당초 행사는 지난 1일 개최될 예정이었지만, 반대 대자보와 학내 익명 커뮤니티의 혐오 발언 등이 나오고 학교 본부마저 총장 명의로 행사 보류를 요구하면서 연기됐다. 주최 쪽은 지난달 8일 미니퀴퍼 주관단위 모집을 시작한 이후 성공회대 익명 커뮤니티 등에 성소수자 혐오게시물이 600여개나 올라왔다고 했다.

최보근 성공회대 인권위원장은 “학내에서 나온 노골적인 혐오 표현으로 학내 성소수자 친구들과 ‘앨라이’(지지자)들이 상처를 받고 힘들어했다”며 “미니퀴퍼를 통해 대학 내 성소수자 학우들이 존재를 표출하고 연대를 확인하면서 치유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20일 오후 1시 서울 구로구 성공회대 나눔관 광장에서 염정우(19·왼쪽)씨와 신현진(23·오른쪽)씨가 자신의 옷과 가방에 무지개 문양 그림을 그리고 있다. 이들은 이 옷과 가방을 통해 성소수자들에 대한 지지와 연대의 의미를 표현할 것이라고 했다. 고병찬 기자
20일 오후 1시 서울 구로구 성공회대 나눔관 광장에서 염정우(19·왼쪽)씨와 신현진(23·오른쪽)씨가 자신의 옷과 가방에 무지개 문양 그림을 그리고 있다. 이들은 이 옷과 가방을 통해 성소수자들에 대한 지지와 연대의 의미를 표현할 것이라고 했다. 고병찬 기자

고병찬 기자 ki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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