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앞에서 열린 고 최준 사회복무요원 사건 재발 방지를 위한 안전복무 입법대안 발표 기자회견에서 최 씨의 어머니 최명희씨가 발언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사회복무라는 제도에서 왜 노동이 착취되고 정신적인 폭력까지 당해야 하는지 묻고 싶습니다.”
지난 2016년 6월22일 21살의 나이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회복무요원 고 최준씨의 어머니 최명희씨는 아들이 숨진 지 7년이 흐른 22일, 기자회견장에 처음 섰다. 울먹이던 최씨는 “7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지만 국가는 사회복무요원의 죽음을 외면하고 있다”며 “아들의 죽음이 반복되지 않도록, 현실이 바뀔 때까지 싸우겠다”고 다짐했다.
올해 결성된 사회복무요원 안전복무제 실현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는 이날 오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모든 사회복무요원의 안전복무를 위한’ 병역법 개정안을 발의해달라고 촉구했다. 하은성 공대위 공동대표는 “6만명이라는 적지 않은 사회복무요원이 우리 사회에 존재하지만 이들이 어떤 노동환경에서 어떤 대우를 받고 있는지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며 ‘2등 시민’으로 취급받는 사회복무요원에 대한 법적 보호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지난 2020년 국방위 국정감사에 제출된 자료를 보면, 5년간(2015∼2020년) 사회복무요원 자살자는 매년 9∼19명에 달했다. 사회복무요원 노동조합과 직장갑질119 등이 최근 실시한 실태조사에서는 사회복무요원 350명 중 158명(45.1%)가 일상생활에 지장이 있을 정도의 정신적·신체적 고통을 겪고 있다고 응답했다. 위 응답자 4명 중 3명(76.6%)은 사회복무로 인해 원활한 치료가 어렵다고 답했다. 하 공동대표는 “정신적·신체적 질환으로 현역 복무하는 것이 어렵다고 판정 받았는데도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복무기관의 강제적인 업무지시와 ‘직장내 괴롭힘’도 문제라는 지적이 나왔다. 우울증과 대인기피증으로 4급 판정을 받은 고 최씨는 자신에게 배정된 민원업무로 여러 번 어려움을 호소했다. 민원인의 폭언으로 극단적 선택을 고민했다는 사실을 담당 공무원에게 털어놨고 급기야 주민센터를 뛰쳐나가기도 했지만 또다시 민원업무를 맡다가 극단적 선택을 했다.
하 공동대표는 “고 최씨 사례와 같이 사회복무요원 절반가량이 (우울증 등) 4급 판정 사유와 배치되는 민원 등의 노동에 투입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회견에 나온 한 사회복무요원은 “복무기관 직원들은 사회복무요원을 하대하고 자신들이 하기 싫은 일을 계속 떠넘긴다”며 “부당한 업무지시라도 거부할 수 없어 하루하루 죽어가는 느낌을 받는다”고도 토로했다.
공대위는 병무청이 매년 국정감사에서 이에 대한 지적을 받았는데도 제도적 대안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며, 국회에서 병역법 개정안을 발의할 것을 요청했다. 공대위가 발표한 병역법 개정안에는 ‘4급 판정을 받았을 경우 여건에 맞지 않는 특정 업무 거부권’ ‘복무 중 괴롭힘 금지’ ‘복무기관 긴급재지정’ 등 내용이 담겼다.
김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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