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종차별 논란을 일으킨 울산 현대 선수들이 22일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열린 상벌위원회에 출석하고 있다. 왼쪽부터 정승현, 박용우, 이명재, 이규성. 연합뉴스
인종차별 발언으로 논란을 빚은 프로축구 울산 현대 선수들이 1경기 출장정지와 제재금 1500만원 징계를 받았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22일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상벌위원회를 열고 개인 에스엔에스(SNS) 게시글에서 공개적으로 인종차별적 농담을 주고받은 울산 현대 이명재, 박용우, 이규성에 대해 1경기 출장정지와 제재금 1500만원 징계를 결정했다. 인종차별적 발언이 없었던 정승현은 징계하지 않았다. 울산 구단은 팀 매니저 발언과 선수단 관리 부실 책임으로 제재금 3000만원 징계를 받았다.
앞서 지난 10일 이들 울산 선수들과 팀 매니저는 이명재가 에스엔에스에 올린 게시글에 “동남아시아 쿼터 든든하다”, “사살락 폼 미쳤다” 등의 댓글을 달았다. 피부색이 까만 이명재를 ‘동남아시아인’에 비유하며 2021년 전북 현대에서 뛰었던 타이 국가대표 출신 사살락 하이쁘라콘을 언급한 것이다.
공개적인 게시글에서 이뤄진 인종차별적 농담에 축구 팬들 사이에서 비판이 일었고, 결국 이명재는 해당 게시글을 삭제했다. 이후 울산 구단은 공식 사과문을 냈고, 박용우도 개인 인스타그램을 통해 “팀 동료의 플레이 스타일, 외양을 빗대어 말한 제 경솔한 언행으로 상처를 받았을 사살락 선수 그리고 모든 팬, 주변인들에게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연맹 상벌위원회는 “선수들이 특정 인종이나 개인을 비하하거나 모욕하려는 의도를 가졌던 것은 아니지만, 피부색과 외모 등 인종적 특성으로 사람을 구분하거나 농담의 소재로 삼는 것 역시 인종차별 내지 인권침해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징계 양정에 있어서는 차별적 인식이 내재된 표현을 SNS에 게시한 경우에 관한 해외 리그의 징계 사례들을 참고했다”고 설명했다.
축구 팬들이 갈무리한 이명재 인스타그램 게시물 댓글
프로축구연맹 규정을 보면, 인종차별적 언동을 한 선수는 10경기 이상의 출장 정지·1000만원 이상의 제재금 부과를 받을 수 있다. 프로축구연맹 관계자는 “10경기 이상 출장 정지 또는 1000만원 이상 제재금 부과이기 때문에, 제재금 1500만원을 부과했으므로 규정상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1983년 출범한 프로축구에서 인종차별로 상벌위가 열린 건 이번이 처음이다. 다만 그간 유사한 논란이 없었던 건 아니다. 2019년에는 강신우 해설위원이 K리그2 경기 중계 도중 당시 안산 그리너스에서 뛰던 흑인 선수 구스타보 빈치씽코를 두고 “이만 하얗게 보인다”고 발언해 물의를 빚은 뒤 사임했다. 2013년에는 포항 스틸러스 소속이던 노병준이 베이징 궈안과 경기를 앞두고 상대팀 흑인 선수인 프레데릭 카누테를 두고 “내일 경기하다가 카누테 한 번 물어버릴까?”라며 “씨껌해서(새까매서) 맛은 없을듯한데…”라는 글을 올려 비판을 받았다.
한편 같은 날 A대표팀 관련 기자회견을 연 위르겐 클린스만 축구대표팀 감독은 박용우와 정승현에 대한 질문에 “항상 선수들 앞에 나설 것”이라며 “선수 이전에 한명의 사람으로 존중을 받아야 한다”고 이들을 감쌌다. 클린스만 감독은 6월 열린 페루·엘살바도르와 A매치 평가전에서 두 선수를 잇달아 출전시킨 바 있다.
이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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