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교육청이 ‘성교육 강사가 동성애를 옹호하는 사람’이라는 민원이 들어왔다는 이유로, 해당 강사의 예정된 강의를 취소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되고 있다. 시민사회단체들은 “(서울시교육청이) 차별과 혐오 민원에 순응했다”고 비판했다.
한국다양성연구소를 비롯한 246개 단체는 지난 22일 서울시교육청 학부모지원센터가 김지학 한국다양성연구소 소장의 성교육 강의를 취소한 것과 관련 사과를 요구하고 취소한 강의를 재개할 것을 촉구하는 내용의 항의 서한을 전달했다.
김 소장은 서울시교육청 학부모지원센터의 의뢰로 지난달 10일과 16일, 이달 14일 세 차례에 걸쳐 남자 청소년을 키우는 부모 등을 대상으로 성교육을 실시하기로 했다. 강의에선 양육자가 남자 청소년과 어떤 대화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어떤 관계를 형성해야 하는지를 설명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센터 쪽은 지난 4월 초 보수기독교 단체를 중심으로 제기된 ‘학생인권조례 폐지 운동 등의 영향으로 강의를 진행하기 어려울 것 같다’며 김 소장의 강의를 불가피하게 취소할 수밖에 없다고 통보해왔다.
김 소장은 요구를 수용했으나 뒤늦게 자신을 ‘동성애를 옹호하고 2022 개정 교육과정에 반대하는 인물’이라며 강의 취소를 요청한 국민신문고 민원을 수용해 센터가 강의를 취소한 것이란 사실을 알게 됐다. 센터가 민원에 “일부 강사에 대한 내용을 충분히 공감하고 이해했기에 해당 강사는 교체할 예정”이며 “앞으로 강사 선정에 있어 더 신중을 기하겠다”고 답변한 것을 확인한 것이다.
김 소장은 23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센터가 저에겐) 기관 내부 사정으로 강의를 취소한다고 알려왔는데, 민원 답변에선 저에게 문제가 있어서 강사를 교체했다고 표현했다”며 “민원 내용도 황당하지만 그 민원을 받아준 일은 더욱 황당하다”고 말했다.
단체들은 “서울시교육청의 부적절한 대응은 혐오 집단에 잘못된 근거를 제공했고, 이는 사회 전반에서 포괄적 성교육의 활동을 크게 위축시키고 있다”며 “민원에 대한 답변 내용이 잘못됐음을 인정하고 사과할 것, 강의 취소를 철회하고 즉각 재개할 것” 등을 요구했다.
오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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