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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좌익에 죽고, 우익에 죽고…한국전쟁 ‘기억의 비망록’ 남긴 강진군

등록 2023-06-25 20:08수정 2023-06-26 02:35

강진군 ‘한국전쟁 기억의 비망록’
민간인 희생자 332명 사연 실어
50년 6~8월 일가족 6명 좌익에 희생
10월 수복되자 우익의 복수 이어져

“인민군들이 내려온다는 소식을 듣고 마을 우익들이 형님더러 인민위원회에 들어가 자신들을 보호해달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형님이 인민위 부위원장을 맡았는데, 경찰이 강진을 수복하니까 우익들이 형님을 잡아가 죽이려고 했어요.”

전남 강진군 성전면 신예마을에 사는 윤순상(98)씨는 한국전쟁 때 우익에 배신당한 형님 윤수철(당시 31살)씨 사연을 또렷이 기억하고 있었다. 그는 “지방 유지인 우익들은 의사였던 형님이 인민위 간부로 활동해 자신들을 구제해주면 경찰 수복 후 모든 걸 책임져 주겠다고 통사정을 했다”며 “하지만 경찰 수복 후 우익은 그전 약속은 아랑곳하지 않고 탄압했고 형님은 의원을 하면서 벌었던 돈을 마대자루 2개에 담아주고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고 기억했다.

22일 전남 강진군이 한국전쟁 정전 70주년을 맞아 펴낸 <강진군 한국전쟁 기억의 비망록>(속 표지)에 실린 사연이다. 비망록에는 윤씨처럼 한국전쟁으로 피해를 본 민간인 희생자 332명의 사연이 실려 있다.

한국전쟁 당시 호남지역은 격전지가 아니었지만 인민군이 점령한 1950년 7월부터 경찰이 다시 수복한 10월까지 동족상잔의 비극이 이어졌다.

윤진석(74, 강진군 대구면)씨는 1950년 6월부터 8월까지 부모 등 일가족 6명이 좌익에게 희생당해 평생 가족 얼굴을 모르고 살았다. 윤씨 아버지(당시 34)는 해방 뒤 강진군 청년단장 등 우익활동을 했다. 전쟁이 발발하자 좌익들은 하천가에서 아버지를 총살했다. 같은 해 8월 인민군은 칠량면으로 피신해 있던 나머지 가족들을 ‘칠량보안서’라는 곳으로 출두시켜 저수지에서 총살했다. 할아버지(당시 65), 할머니(58), 어머니(35), 고모(17), 누나(12)가 동시에 숨졌다. 집을 나서기 전 죽음을 직감한 어머니는 마을사람에게 논 일곱마지기를 주겠다며 윤씨를 맡겨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같은 시기 우익집안이었던 강시성씨의 할아버지(당시 65), 큰아버지(43), 큰어머니(43), 사촌 3명 등 일가족 6명도 좌익에 의해 목숨을 잃었다.

경찰이 수복한 뒤에는 우익이 학살에 나섰다. 강진 성전면 월남리에 사는 이원탁씨의 아버지(당시 24) 등 마을사람 12명은 인민군에게 반강제적으로 음식을 줬다는 이유로 성전초등학교 뒷산에서 경찰에게 집단 총살당했다.

책을 엮은 강진 동학농민혁명 기념사업준비위원회는 “강진은 좌우 이념대결보다는 일제강점기부터 곪은 지주와 하층민들의 감정싸움 양상이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

김용희 기자 kimyh@hani.co.kr, 사진 강진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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