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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이태원 유가족들 “증인 출석 공무원 압박”…박희영 사퇴 촉구

등록 2023-06-26 20:06수정 2023-06-27 10:14

용산구청장 업무복귀 뒤 첫 재판
용산구청 증인 “기억 안난다” 말만
10.29 이태원 참사 희생자 고 김지연 프란치스카의 어머니인 김채선씨가 26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 앞에서 열린 박희영 용산구청장 사퇴 및 엄중처벌 촉구 기자회견에 참석해 손팻말을 들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10.29 이태원 참사 희생자 고 김지연 프란치스카의 어머니인 김채선씨가 26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 앞에서 열린 박희영 용산구청장 사퇴 및 엄중처벌 촉구 기자회견에 참석해 손팻말을 들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보석으로 풀려나 업무에 복귀한 뒤 처음 열린 재판에서, 증인으로 나온 용산구청 관계자는 용산구청의 핼러윈 축제 대비 안전관리 계획에 대해 “모른다” “기억나지 않는다”는 말만 반복했다. 유가족들은 박 구청장의 업무 복귀로 용산구청 관계자들이 압박을 받아 재판에서 증언이 왜곡될 수 있다며 사퇴를 촉구했다.

26일 서울서부지법에서는 형사합의11부(재판장 배성중) 심리로 박희영 구청장 등 용산구청 관계자 4명에 대한 공판이 진행됐다. 박 구청장과 최원준 전 용산구청 안전재난과장이 지난 7일 보석으로 풀려난 뒤 불구속 상태에서 열린 첫 공판이었다.

이번 재판의 증인으로 나온 김낙구 용산구청 행정지원과장은 핼러윈 축제에 인파가 몰릴 것으로 보고 사전대비를 했느냐는 검찰 쪽 질문에 “기억나지 않는다”는 답변으로 일관했다. 앞서 용산구청은 핼러윈 축제를 앞둔 지난해 10월25일과 27일 각각 확대간부회의와 긴급대책회의를 열었다. 검찰 쪽은 확대간부회의에서 유승재 부구청장이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관련 부서에서 적극적으로 사전 예방해주길 바란다”며 발언했던 사실이 기억나느냐고 질문했는데 김 과장은 “부구청장 발언이 기억나지 않는다”고 답변했다.

김 과장은 확대간부회의 이틀 뒤 열린 긴급대책회의에서 ‘소음 민원’ 관련 보강근무만 지시받았다고 기억했다. 김 과장은 “(회의에서) 맑은행정과가 소음 민원 때문에 당직실 보강 근무를 하겠다고 해서 추가로 (맑은행정과 직원) 3명을 명령했다”고 했다. 그 외에 안전과 관련한 ‘특별한 주문이나 지시사항이 있었는지’에 대해서 김 과장은 “기억을 못 하겠다”고 재차 강조했다. 오히려 용산구청의 인파관리 업무에 대해선 “행정 공무원이 해야 하는 일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긴급대책회의까지 열리는 상황이었는데 핼러윈 축제 관련 당직(직원)을 보강한 것 외로 특별한 지시가 있거나 구체적으로 대책을 세운 것이 없느냐”고 지적했다. 김 과장이 소속된 행정지원과는 핼러윈 축제 등을 대비한 종합상황실이나 당직실 운영을 담당하고 있다.

이날 박 구청장이 확대간부회의에 참석하지도 않았다는 정황도 나왔다. 검찰 쪽은 “박 구청장이 회의 시작 시점에 표창장을 수여하고 떠나 (부구청장) 발언 때 자리에 없었던 것 맞느냐”고 질문했고 김 과장은 “그렇다”고 답변했다. 재판부는 용산구청의 재난안전 관련 상황실이 제대로 운영되지 못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이 사건의 가장 중요한 쟁점 중 하나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유가족들은 박 구청장이 사퇴하지 않을 경우 용산구청 관계자들의 증언이 왜곡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는 기자회견을 열고 “박 구청장이 구청장직을 유지하는 것은 법원에 증인으로 출석해야 하는 공무원들에게도 압박되는 상황”이라며 사퇴를 촉구했다.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는 박 구청장이 유가족 앞에 모습을 드러내면서 충돌도 발생했다. 유가족들은 법원에 도착한 박 구청장에게 달려들었다가 법원 직원들에 의해 제지됐다. 법정에선 “업무상과실치사상이 아니라 살인죄다”라며 박 구청장에게 외쳤다. 박 구청장이 재판 직후 급하게 법원을 빠져나가자 유가족들은 주저 앉아 오열했다. 박 구청장은 유가족과 취재진의 질문에 모두 답변하지 않았다.

김가윤 기자 gay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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