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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양천구 주민들이 서울남부준법지원센터(옛 보호관찰소) 이전 문제를 둘러싸고 집단행동에 나섰다. 최근 해당 기관 인근에서 성범죄 전과자가 또다시 초등학생을 성추행한 사건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법무부가 지역 주민들의 불안을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28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 서울갈산초·서울은정초 학부모회는 ‘서울남부준법지원센터를 유동 인구가 많지 않은 곳으로 이전해야 한다’는 취지의 탄원서를 지역주민 1050명으로부터 받았다.
탄원서에는 “해당 기관이 범죄예방활동을 위해 존재한다는 점에서 분명히 필요하지만, 그 위치가 초등학교와 매우 가까이 있어 학부모들의 염려가 큰 상황”이라는 내용이 담겼다. 이들은 서울남부준법센터에서 마약중독예방교육, 전자감독대상자들에 대한 조사가 이뤄지다 보니, 마약사범·성범죄 전과자 등이 초등학생들과 마주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해당 기관은 서울갈산초로부터 약 70m, 서울은정초로부터 약 200m가량 떨어져 있다.
지역 학부모들 사이에서 이전 여론이 불붙은 이유는 최근 해당 기관에서 전자감독을 받던 성범죄자가 초등학생을 추행하는 일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지난 3월20일 강제추행 등 전과를 가지고 있는 성범죄자 ㄱ(31)씨가 인근 한 아파트 상가에서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을 성추행하려다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양천경찰서는 ㄱ씨를 조사한 뒤 성폭력처벌법상 ‘13살 미만 미성년자에 대한 강제추행 미수’ 혐의로 구속 송치했고, 검찰은 지난 4월27일 같은 혐의로 ㄱ씨를 구속 기소했다.
ㄱ씨는 지난 2019년 7월에도 13살 미만 청소년을 강제추행해 2020년 8월 징역 1년3월형을 받은 뒤 전자발찌를 착용 중이었다. 이아무개 서울갈산초등학교 학부모회장은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전자발찌를 착용한 사람들이 서울남부준법지원센터를 집합교육 등을 위해 드나들고 있다. 최근 사건으로 이런 일이 언제든지 재발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 확산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현행법은 학교 경계 최대 200m 범위 안의 지역을 교육환경보호구역으로 지정해 유흥주점, 숙박업소 등을 운영하지 못하게 되어 있다. 하지만 재범 우려가 있는 보호관찰대상자들이 드나드는 시설은 학교와의 거리 등 관련 규정이 전혀 없는 상황이다.
법무부는 문제 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법무부는 <한겨레>에 “주민들이 염려하는 사항을 잘 알고 있다”면서도 “준법지원센터 위치가 청소년보호구역을 피해야 한다는 규정은 현행 법령에 없다”고 했다. 이어 “지난 2019년에 학교 통학로 등에 폐회로티브이(CCTV)를 확충하는 등 자녀 안전과 정서적 안정을 위한 안전 대책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법무부는 코로나19 이후 집합교육을 하지 않고 온라인 개별교육으로 바뀌었다고도 주장했다. 그러나 누리집 등에 올라온 마약예방교육 강사의 게시글과 보호관찰 대상자들의 수강 후기 등을 보면 여전히 대면 집합교육이 이뤄지는 것으로 보인다. 학부모들은 이를 근거로 등하교시간 보호관찰 대상자들과 아이들이 마주칠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한다.
전문가들은 법무부가 학부모들의 불안감을 이해하고 적극적인 소통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한다. 지난 2020년 성남보호관찰소 입지선정 과정에서 주민과의 갈등을 연구한 조제성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보호관찰 대상자 중 성범죄자 등 위험도가 높은 사람의 비율은 극히 낮다. 오히려 준법지원센터가 도심지에 위치함으로써 사건 발생 시 빠르게 경찰과 연계해 현장에 출동할 수 있어 안전한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준법지원센터의 방어적이고 폐쇄적인 태도로 주민들이 불안해하는 것은 사실인 만큼 법무부가 적극적으로 역할과 기능을 홍보해 인식을 개선해야 한다”고 했다.
김영식 서원대 교수(경찰학부)는 “외국에서도 보호관찰소들은 접근성 등의 이유로 도심지에 위치한다. 다만, 추후엔 주민 불안을 고려해 보호관찰소 입지를 선정할 때 일본처럼 검찰, 경찰, 법원 등이 모인 타운 형태로 조성할 필요도 있다”고 했다.
고병찬 기자
kic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