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진실화해위의 베트남 하미 학살 조사 각하에 대한 행정소송 위임장에 서명하는 베트남 신청인 응우옌꼬이(왼쪽)와 응우옌티탄. 한베평화재단 제공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 위원장 김광동)에 베트남 하미 학살 사건의 진상 규명을 신청했으나
조사 단계에서 각하된 베트남인들이 한국 법원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낸다. 이들을 대리하는 김남주 임재성 변호사는 28일 “베트남 신청인 5명의 행정소송 위임장을 지난 24일 모두 받았다”고 밝혔다. 변호사들은 각하 결정의 위법함을 주장하며 7월 중 행정법원에 ‘각하 처분 취소 소송’을 낼 계획이다.
진실화해위는 지난 5월24일 제55차 전체위원회에서 하미 사건 조사 건을 논의하고 표결까지 간 끝에 4대3으로 각하 결정을 내린 바 있다. 당시 김광동 위원장을 비롯해 각하 의견을 낸 여당 추천 위원들은 “외국에서 외국인에 대하여 전쟁시 발생한 사건까지 진실화해위가 조사하는 것은 법률이 정한 조사대상 범위를 벗어난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24일 베트남 신청인 응우옌럽, 응우옌티본, 응우옌티뇨(왼쪽부터)가 진실화해위의 하미 학살 조사 각하에 대한 행정소송 위임장에 서명하고 있다. 한베평화재단 제공
베트남 신청인들을 대리하는 변호사들은 “진실화해위 관련 법률에는 외국인을 조사범위에서 배제하는 조항이 없고, 또한 인권침해가 일어난 지역이 ‘외국’이라서 안되거나 ‘전쟁에서 발생한 사건’을 배제하는 조항이 없다”며 “진실화해위가 법률에 규정되어 있지 않은 사유를 근거로 들어 부당하게 조사를 안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변호사들에 따르면, 신청자인 응우옌티탄이 행정소송 위임장에 서명을 하며 “한국 정부가 잘못을 인정하고 하미 피해자들에게 사과할 때까지 요구하겠다.
이번 행정소송을 통해 마지막까지 갈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진실화해위는 활동기간이 정해진 한시 기구라 이르면 2024년을 끝으로 해체될 수도 있다. 판결이 그 이후 확정되면 행정소송의 실질 의미가 사라진다. 그럼에도 변호사들은 “진실화해위가 비겁하고 부당하게 조사조차 할 수 없다고 한 이번 결정에 대해 소송을 통해 문제점을 밝혀내는 것은 분명 의미있고 중요한 일”이라고 밝혔다.
하미 학살 사건은 1968년 2월24일 베트남 꽝남성 디엔반시 디엔즈엉구 하미마을에서 한국군 해병대가 135명의 주민을 총격해 살해한 사건이다. 대다수가 노인·여성·아이였으며, 사건 다음날 불도저에 의한 주검 훼손까지 일어났다. 2000년 한국군 참전단체가 지원해 세워진 마을의 위령비 비문은 한국정부 압력으로 연꽃 그림으로 가려져 있다.
고경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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