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가리 의대 제멜바이스(SEMMELWEIS) 대학 유튜브 갈무리.
헝가리 의대 4곳을 졸업하면 국내에서 의사국가시험에 응시할 수 있도록 한 보건복지부의 판단에 문제가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해 달라며 의사들이 제기한 행정소송이 법원에서 각하됐다.
서울행정법원 행정2부(재판장 신명희)는 ‘공정한 사회를 바라보는 의사들의 모임’(공정모) 등이 대한민국을 상대로 낸 ‘외국대학 인증요건 흠결확인’ 소송에 대해 “(소송을 낸 원고를) 행정소송법상 적법한 당사자로 볼 수 없다”며 각하 판결했다고 2일 밝혔다.
20~30대 젊은 의사와 의대생들의 모임인 공정모는 지난해 3월 헝가리 4개 의과대학을 졸업하면 의사국가시험에 응시할 수 있게 한 보건복지부의 심사는 그동안의 인정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며 이러한 사실을 확인해 달라고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공정모는 △헝가리 의과대학은 한국 유학생에게 헝가리에서의 의료행위를 금지하는 조건으로 의사면허를 발급하고 있고 △헝가리 4개 의과대학은 한국유학생을 위해 헝가리어가 아닌 영어로 수업하고 있으며 △헝가리 의과대학에는 입학자격정원·졸업요건 등에 통용되는 학칙이 없다는 점을 들어, 이들 대학을 의사국가고시 응시 외국대학으로 인정하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주장했다.
의료법에 따르면, 보건복지부 장관이 인정하는 외국 대학을 졸업한 사람은 국내 의사국가시험에 응시할 수 있으며 합격할 경우 의사면허를 받을 수 있다.
인정 외국대학이 되려면 △해당국 의사 면허를 취득하면, 해당국에서 의사로 활동할 수 있어야 하고 △해당국의 언어사용 능력을 검증받아 편·입학을 허용해야 하며 △외국인의 편·입학 절차, 허용 인원수가 학칙에 규정되고, 준수되어야 한다 등의 세부기준을 통과해야 한다.
헝가리 의대 4곳은 2014년 이후 순차적으로 보건복지부 산하 한국보건의료국가시험원(국시원) 인증심사에 통과했다. 국시원 인증을 받았다는 것은 이 의대를 졸업한 학생이 국내에서 의사 국가고시를 볼 수 있고, 합격할 경우 의사 면허를 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이런 이유로 최근 헝가리 의대에 진학한 뒤 국내에서 의사면허를 따고 있는 이들이 꾸준히 늘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신현영 의원실이 공개한 자료를 보면, 2015년부터 올해까지 9년간 헝가리 의대에서 공부한 뒤 국내 의사국가고시에 응시한 인원은 119명이었다.
공의모는 헝가리 의대를 입학·졸업하는 상당수가 국내 의사의 자녀들이라는 문제를 지적하며 “헝가리의대 진학은 ‘의사의 꿈'을 이루기 위한 게 아닌 ‘한국의사의 꿈'과 ‘의사인 부모님 병원을 물려받는 꿈'을 이루기 위한 것이다. 이런 의과대학들을 보건복지부가 인정하는 것은 있어서는 안 될 일”이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법원은 공의모의 소송 당사자 자격을 인정하지 않았다. 법원은 “원고는 (헝가리의 의과) 대학이 (보건복지부의) 인정심사기준에 부합하는지 여부에 관한 해석에 근거해 그 기준에 미달한다는 사실관계 확인을 구하고 있다”며 “(행정소송은 이를) 대상으로 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행정소송에서 확인되는 대상은 구체적인 권리나 법률관계의 존재유무이지, 사실관계 확인은 행정소송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의미다.
이정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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