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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집회 금지 3년 만에 9건→327건…“자유 보장 그대로” 뻔뻔한 경찰

등록 2023-07-05 05:00수정 2023-07-05 10:46

금속노조와 비정규직 노동단체 '비정규직 이제그만 공동투쟁'(이하 공동투쟁)이 지난 5월 25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열려던 야간 문화제를 경찰이 원천봉쇄하고 있다. 연합뉴스
금속노조와 비정규직 노동단체 '비정규직 이제그만 공동투쟁'(이하 공동투쟁)이 지난 5월 25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열려던 야간 문화제를 경찰이 원천봉쇄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찰은 집회에 사소한 흠결이 있더라도 금지 통고를 최소화하고 있다.” “야간 집회의 경우에도 집회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고 있다.”(경찰, 유엔 시민적·정치적 권리규약위원회(ICCPR) 보고서 답변 중)

3년 전 유엔(UN)에 이렇게 답했던 경찰이 달라졌다. 집회 금지 통고는 늘어났고, 야간 집회는 사실상 원천 봉쇄 중이다. 경찰은 이런 변화를 인식하고, 인정하고 있을까? 그렇다면, 유엔에 제출했던 공식 답변은 왜 폐기한 것일까?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임호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경찰청에 문의했다. ‘3년 전 유엔에 밝힌 집회 대응 기조에 변화가 있는가?’ 경찰청이 최근 답변서를 보냈다. “경찰은 집회시위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되 불법행위는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대응한다는 기조를 일관되게 유지하고 있다.” 당시와 달라진 게 없다는 뜻이다.

법무부 인권정책과가 2020년 9월 발간한 유엔 시민적·정치적 권리규약 제5차 보고서를 보면, 당시 경찰청은 자유권규약 21조에 해당하는 ‘집회의 자유’와 관련한 질의에 위와 같이 답하면서 “금지통고를 최소화하고 있다. 그 결과 2018년 집회 금지통고 비율은 신고 수 대비 0.01%에 불과하다”라고 밝혔다. “금지된 집회 9건 중 6건은 시간과 장소가 중복되는 2개 이상의 신고가 있어 후순위 집회시위가 금지통고 된 경우”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이 보고서는 유엔 시민적·정치적 권리규약위원회(ICCPR)가 한국의 시민·정치적 권리와 관련된 내용을 총 27개 항목으로 나눠 질의한 것에 대한 한국 정부의 공식 답변으로 이뤄졌다.

‘달라지지 않았다’는 경찰 주장과 달리 인권단체들의 모임인 공권력감시대응팀이 지난해 1월부터 올해 1월까지 서울 시내 경찰서의 집회신고 및 금지 통고를 분석한 자료를 보면, 32개 경찰서(서울청 포함)가 금지한 집회는 총 327건에 달했다. 제한통고는 제외한 수치다. “2017년 1월 이후 현재까지 야간 개최를 이유로 금지통고나 제한통고를 한 사례는 전무하다”던 3년전 답변과 달리 야간 집회는 사실상 원천봉쇄 중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집회 주최자들은 ‘경찰 금지 통고 → 법원의 ‘금지통고’ 금지 결정 → 집회’라는 단계를 거쳐서 집회를 열고 있다. 4일에도 서울행정법원이 경찰이 내린 민주노총 집회 금지통고에 대해 집행정지 결정을 내렸다.

랑희 ‘인권운동공간 활’ 활동가는 “국제법에 맞게 인권 경찰로 나아간다는 기준을 마련했다면, 어느 정권이든 기조를 유지해야 하는데 정권이 바뀌자 원칙을 고수하지 않았다”며 “정권의 입맛에 따라 움직였다는 걸 스스로 입증한 셈”이라고 비판했다.

곽진산 기자 kj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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