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구정 아파트의 ‘허세’…모두 우러러보는 ‘앙드레 시트로엥’?

디에이건축이 6월6일 유튜브에 올린 압구정 2구역 재건축 설계도 홍보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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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우러러보는 삶의 높이”, “대한민국 상위 0.1%의 독점적인 상류층 문화를 누릴 수 있는 최초의 공간”

최근 서울 강남구 ‘압구정 2구역’(신현대아파트) 재건축 설계안이 입길에 오르고 있다. ‘상위 0.1%의 공간’을 강조한다며 아파트 시설물 명칭 다수를 프랑스어로 짓고, 홍보 역시 ‘프랑스 왕과 귀족의 품격’ 등을 내세웠기 때문이다. ‘허세가 지나치다’ ‘프랑스 사람 보기 부끄럽다’ 등 과하다는 반응이 나온다.

5일 재건축 설계사인 ‘디에이건축’이 지난달 6일 유튜브에 올린 홍보 영상을 보면, 해당 단지는 101~106동으로 구성돼 있고 각 동마다 ‘스카이 라운지’를 조성할 예정이다.

스카이 라운지 이름은 ‘플로랄 드 파리’, ‘튈르히’, ‘앙드레 시트로엥’, ‘몽소’ ,‘프롬나드 플랑테’, ‘벨르빌르’ 등 프랑스어다. 대부분 프랑스 파리에 있는 공원의 이름인데 특히 ‘앙드레 시트로엥’은 프랑스 자동차 브랜드인 시트로엥 자동차의 설립자 이름이다.

설계사는 해당 공간을 “파리의 성을 모티브로 큐레이션했다”며 “대한민국 상위 0.1%의 독점적인 상류층 문화를 누릴 수 있는 최초의 공간”이라고 강조했다. 스카이라운지뿐만 아니라 단지 내 정원의 이름도 프랑스어인 ‘그랑 아페제’다.

디에이건축이 6월6일 유튜브에 올린 압구정 2구역 재건축 설계도 홍보영상

이를 두고 온라인에서는 ‘프랑스 사람들이 보면 얼마나 오글거릴까’ ‘외국인들이 느끼기엔 정주영, 압구정 가로수길, 반포한강공원 이런 건가’, ‘아파트 고급화 한답시고 외래어 이름 가져다 붙여 쓰더니 점점 산으로 간다’ 등의 부정적인 반응이 나왔다.

‘차별짓기’에 방점을 찍은 홍보 문구도 입길에 올랐다. 홍보 영상은 조합원들을 “대한민국 0.1%”, 재건축 단지는 “모두가 꿈꾸지만, 누구나 가질 수 없는 세상 단 하나의 명작”이라고 표현했다.

“한강과 정원을 함께 품은 웅장한 환대 공간(그랑 아페제), 세련된 하이퍼 엔드(최고를 뜻하는 ‘하이엔드’를 넘어선다는 뜻) 라이프의 자부심”, “프랑스 센 강변, 왕과 귀족들에게만 허락되었던 그들의 품격을 압구정으로 옮겨 신압구정 시대에 글로벌 랜드마크로 조성했다”고 강조하기도 한다.

이는 최근 강남 재건축, 분양 아파트에서 앞다투어 고급화 전략을 내세우며 연출되는 풍경이다. 앞서 “언제나 평등하지 않은 세상을 꿈꾸는 당신에게 바칩니다”라며 대놓고 ‘불평등’을 내세우는 광고 문구를 써서 논란이 됐던 서울 서초구 고급 주상복합 아파트 ‘더 팰리스 73’ 시행사는 광고를 내리고 공식 사과한 바 있다.

압구정 2구역에는 압구정 신현대아파트 9·11·12차가 속해 있고 재건축을 통해 약 2700가구를 새로 짓는다. 지난달 24일 재건축 조합 정기총회에서 디에이건축이 설계용역 업체로 선정됐다. 재건축 설계도는 프랑스 국립도서관 설계 등을 맡았던 프랑스 건축가 도미니크 페로가 함께 만들었다.

이유진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