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검찰청에서 검찰 깃발이 태양 아래 펄럭이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최저임금에 못 미치는 기본급을 인상해달라는 검찰 공무직 노조와의 임금 협상 회의에 대검찰청 간부들이 전원 불참석하는 등 불성실한 태도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공무직 노동자에 대한 임금 인상 고려 없이 검찰 예산을 집행한 것을 두고 “부당노동행위”라는 노조 비판도 나온다.
6일 <한겨레> 취재 결과, 임금 교섭 권한이 있는 대검 간부 전원이 6월27일 열린 고용노동부 조정위원회 회의에 전원 불참한 것으로 확인됐다. 교섭권이 없는 실무진만 출석한 것이다. 노사가 입장이 일치하지 않아 노동쟁의가 발생하면 조정위가 꾸려지게 된다. 조정위에서도 견해가 모이지 않으면 노조에 합법적인 파업권이 생긴다. 진승호 검찰 공무직 노조 부위원장은 “(교섭권 있는 간부들의 전원 불참에) 노조를 존중하지 않는 느낌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불출석’에 더해 ‘부당노동행위’도 있다는 게 노조 쪽 주장이다. 지난해 말 단체협상 이후 임금교섭 없이 2023년도 예산을 일방적으로 집행했다는 이유에서다. 노조 교섭 없이 예산이 집행되면 노조의 임금 인상 요구가 예산에 반영될 여지가 사라질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대검은 예산을 확정해 임금 조정이 불가능하다는 태도라고 한다. 진 부위원장은 “사실상 노조의 교섭을 무력화시키려는 부당노동행위로 보인다”며 “임금교섭이 처음이라 미숙했다는 핑계를 들어 임의로 임금 관련 예산을 확정·집행하는 행위는 무책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후에도 대검의 ‘불성실’한 태도는 변하지 않았다고 한다. 지난 2월부터 석 달에 걸쳐 세 차례 임금 교섭이 있었지만, 노조의 기본급 인상 및 수당 신설 요청이나 올해 임금 예산 청사진 자료 제공 요청 등을 모두 대검이 거부했다는 것이다. 통상 공무직 임금은 사업비에서 책정되기에 공무직 관련 예산 세부내용을 공유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이 또한 비공개 사안이라며 거부했다고 한다. 노조는 상위 기관인 법무부에도 출석 및 자료 제공을 요청했지만, 법무부도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자료 요청 하루 만에 “검토 결과 없음”이라 통보하는 일도 있었다.
검찰 공무직 노조는 2020년 설립됐다. 행정사무·환경관리·시설관리 등 검찰 내 공무직 노동자 2천명 가운데 1100여명이 가입해 2022년 과반수 노조가 됐다. 검찰 공무직 사무원과 청소노동자의 경우 공공기관 44곳 가운데 두 번째로 낮은 기본급을 받고 있다. 5년 차 기본급이 200만원에 못 미친다. 여기다 식비 14만원을 산입해야 최저임금 수준의 월급을 받게 된다. 게다가 정근수당 등을 받는 경찰 공무직과 달리 검찰 공무직은 명절수당 정도만 나온다. 검찰 공무직 노조와 대검은 2022년 11월 노동조건 개선을 위해 노력한다는 내용의 단체협약을 맺은 바 있다.
진 부위원장은 “대검이 공무직 노동자를 ‘검찰 가족’으로 생각하는지 의문”이라며 “인권 수호의 최고 국가 법집행기관으로서 같이 일하는 노동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주길 바란다”고 했다. 또한 “기존 예산 안에서 임금 인상을 위해 조정 부분이 있는지 검토해달라”며 “2024년 임금 인상에 대한 약속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전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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