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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BTS 아니면 콘서트 즐기기도 어렵다…농인들의 문화생활 장벽

등록 2023-07-20 07:00수정 2023-07-20 08:29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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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각장애인 김하정(36)씨는 지난 3월 영국 가수 해리 스타일스 내한 공연을 찾았지만, 스마트폰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 가수의 노래나 가수가 청중에게 하는 말을 자신의 스마트폰에 설치된 음성 인식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문자로 변환한 뒤 눈으로 읽어야 했기 때문이다. 김씨는 19일 <한겨레>에 “콘서트 방문 전에 주최 쪽에 수어통역이나 문자통역 서비스 제공을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며 “어쩔 수 없이 앱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는데 소음이 커서 그마저도 인식률이 좋지 않았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엔데믹(풍토병화)에 접어든 뒤 콘서트 관람을 즐기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지만, 청각장애인들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수어통역을 요청하는 일이 까다롭고, 요청하더라도 주최 쪽에서 “사정상 어렵다”며 거절하는 경우가 잦기 때문이다. 비티에스(BTS)가 ‘농아미(농인+팬클럽 아미)’를 위해 지난해부터 수어통역사를 대동해 화제가 됐지만, 아직도 국내에서 열리는 많은 콘서트장에선 청각장애인을 위한 통역 서비스가 거의 제공되지 않는다.

청각장애인 안정선(48)씨도 “수어통역이 없으면 모두 감동해 웃고 울때 영문을 몰라 가만히 있게 된다. 나만 동떨어지고 외로워지는 느낌”이라며 “농인들의 문화생활이 제한돼 안타깝다”고 말했다. 안씨도 최근 국내 콘서트 주최 쪽에 수어통역사를 요청했으나 “다른 관람객에게 방해된다”며 거절했다고 한다.

해외 콘서트에선 청각장애인을 위한 동시자막 송출이나 수어·문자 통역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관례로 굳어졌다. 영국 밴드 콜드플레이가 노래 분위기에 맞춰 춤을 추면서 수어를 제공하는 수어통역사의 퍼포먼스를 지난해 8월 공식 틱톡 계정에 올려 화제가 되기도 했다.

장애인차별금지법과 시행령은 ‘장애인과 장애인 보조인이 요구하는 경우 문화·예술활동 보조인력을 배치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장애인의 요구’를 전제하고 있기 때문에 장애인들은 주최 쪽에 통역사 배치를 요청하고 있다. 이마저도 주최 쪽에서 전화통화로만 요청을 받는 등 요청 창구를 제한해 불편을 겪는다. 안씨는 “그나마 잘 갖춰졌다고 하는 비티에스 콘서트에서도 매번 수어통역사를 요청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며 “수어통역 자리도 지정돼 있어 좋은 자리를 선점하는 티켓팅도 우리에겐 의미가 없다”고 했다. 통계청이 지난해 조사한 문화예술행사 관람율 지표를 보면, 장애인 중 9.9%만이 문화예술을 관람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지민 변호사는 “수어통역을 요청했는데 주최 쪽이 거절했다면 장애인차별금지법 위반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채주연 수어통역사는 “콘서트 수어통역 등 장애인의 ‘배리어 프리’(장애인의 사회생활을 막는 물리적, 심리적 장애물 제거)를 위한 깨어있는 인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곽진산 기자 kjs@hani.co.kr 박시은 교육연수생 siguan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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