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속 경찰관 등 성을 매수할 의사가 없는 사람에게 성매매를 알선한 행위도 성매매처벌법에 따른 처벌 대상이라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조재연 대법관)은 성매매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성매매알선 등) 혐의로 기소된 임아무개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의정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3일 밝혔다.
임씨는 2017년 10월10일부터 10월12일까지 인터넷 누리집에 성매매 광고를 한 뒤 불특정 남성에게 성매매를 알선한 혐의로 기소됐다. 공소사실에는 손님으로 위장한 단속 경찰관에 대한 성매매알선행위도 포함됐다.
1심 법원은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판단하고 벌금 4백만원을 선고했지만 2심 재판부는 경찰관에 대한 성매매알선을 무죄로 보고 나머지 혐의는 공소사실이 충분히 특정되지 않았다며 공소를 기각했다. 2심 재판부는 “성매매 처벌법은 성매매 실현 가능성을 전제로 한 처벌규정으로, 위장 (단속)경찰관은 성을 매수할 의도가 없었음이 명백하므로 성매매는 실현될 수 없었다고 봐야 한다”며 “검사는 이 사건 범죄 기간(3일)동안 성매매 당사자를 여성 6명과 불특정 남성으로만 뭉뜽그려 공소장에 기재했을 뿐 피고인이 관여한 각각의 성매매알선 행위를 구체적으로 기재하지 않았다”고 공소 기각 이유를 밝혔다.
하지만 대법원은 “성매매알선죄는 당사자 사이에 성매매에 이를 수 있을 정도의 주선행위만 있으면 족하다”며 “피고인이 단속 경찰관과 성매매 여성 사이에 성매매에 이를 수 있을 정도의 주선행위를 한 이상 단속 경찰관에게 성매수 의사가 있었는지 여부와 무관하게 성매매처벌법 위반죄가 성립한다”고 판시했다. 나머지 알선 행위에 대해서도 경찰관에 대한 알선 행위와 하나의 죄(포괄일죄)로 묶여 공소사실도 충분히 특정됐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실제로는 성매매 의사가 없다고 하더라도 성매매에 이를 수 있을 정도의 주선 행위를 한 이상 성매매알선죄가 성립한다고 판단한 최초의 판결”이라고 설명했다.
이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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