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형 즉시연금보험에 가입한 부모가 사망한 뒤 자녀가 받는 보험금은 상속재산이 아니라 자녀의 고유재산이라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ㄱ씨는 2012년 한 보험사와 ‘상속연금형 즉시연금보험계약’을 체결하고 보험료 1억원을 납부했다. 해당 보험은 가입자가 목돈을 한꺼번에 납입하면 매달 이자로 연금을 받다가 만기일까지 가입자가 생존하면 본인이, 사망하면 보험수익자가 일정 보험금을 받는 구조였다. ㄱ씨는 보험 만기 전인 2015년 숨졌고 계약에 따라 2016년 ㄱ씨의 자녀들은 보험금 3800만원을 받았다. 당시 자녀들은 ㄱ씨가 상당한 채무를 안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ㄱ씨의 재산 한도 내에서 채무를 갚는 조건으로 ‘상속한정승인’ 상속을 받았는데, 즉시연금보험은 상속목록 빠져 자녀들이 보험금을 수령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후 ㄱ씨 자녀들이 보험금을 수령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ㄴ씨가 등장하며 사건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ㄴ씨는 ㄱ씨에게 받아야할 돈 3000만원이 있다며 자녀들에게 보험금을 돌려달라고 요구했다. 실제 ㄴ씨는 ㄱ씨와의 민사소송에서 2008년 승소해 확정판결을 받은 바 있다. ㄴ씨는 자녀들에게 3천만원을 돌려달라고 요구했고, 자녀들이 이에 응하지 않자 소송을 제기했다. 1심과 2심 법원은 ㄴ씨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 2부(주심 조재연 대법관)는 ㄴ씨가 숨진 ㄱ씨의 자녀들을 상대로 낸 대여금 소송에서 원고 승소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부산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4일 밝혔다. 대법원은 우선 상속형 즉시연금보험도 “사람의 사망과 생존 모두를 보험사고로 하는 생명보험계약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그동안 법원은 생명보험 보험계약자가 숨졌을 때 나오는 사망보험금은 상속재산이 아닌 보험수익자의 고유 재산으로 봐야한다고 판단해왔다. 기존 판례대로라면 사망보험금은 상속재산 아닌 만큼 자녀들의 재산인만큼, ㄴ씨에게 돈을 갚을 이유가 없다는 게 대법원 판단이었다.
대법원 관계자는 “상속연금형 즉시연금보험계약도 상법상 생명보험 계약에 해당한다는 점과 사망보험금은 원칙적으로 상속인들의 고유재산이라는 점을 최초로 명시한 판결”이라고 설명했다.
정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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