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고 조립을 못 하거나 수학 문제를 틀렸다는 이유로 미취학 자녀들을 상습적으로 학대한 아빠에게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6단독 이경선 판사는 아동학대 혐의(아동복지법 위반)로 기소된 40대 ㄱ씨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고 26일 밝혔다. 재판부는 80시간의 사회봉사와 40시간의 아동학대 재범예방강의 수강도 명령했다. ㄱ씨는 지난 2018년∼2021년 집에서 초등학교에 입학하지 않은 아들과 딸에게 21차례 신체적·정신적 학대를 한 혐의로 2022년 12월 재판에 넘겨졌다.
판결문 ‘범죄 일람표’를 보면 2018년 당시 6살이던 아들이 레고 조립을 제대로 못 하는 것에 화가 나 욕설과 함께 “건성 건성하는 거 못 고치면 평생 이렇게 산다”며 팔굽혀펴기 120회와 오리걸음 20회를 시켰다. 이후 아들이 힘들어하자 “똑바로 안 하면 시간이 늘어난다”고 꾸짖고 1.5m의 봉으로 아들의 어깨와 엉덩이를 때렸다. 2019년 7살이 된 아들이 수학 문제를 자주 틀린다며 주먹으로 아들 머리를 다섯 차례 폭행하기도 했다.
아들보다 두 살 어린 딸도 상습학대를 당했다. 2019년 당시 4살이던 딸이 거실과 방 창문 유리에 스티커를 붙이자 “여기가 너희 집이냐”고 폭언하며 팔굽혀펴기 15회와 오리걸음 5회를 시켰다. 신발장 앞 전신거울 유리에 손자국이 나자 “한 번만 더 손자국이 있으면 죽을 줄 알라”며 뒤통수를 때리기도 했다. 번데기를 먹기 싫어하는 딸에게 억지로 먹게 하는 등 강제 행위도 일삼았다.
이 판사는 “피해 아동(자녀)을 보호하고 양육할 의무가 있는 친부가 어린 피해 아동들을 장기간 신체적·정신적으로 학대했다”며 “다만, 수사기관에서 잘못을 모두 인정하는 점, 부인과 이혼해 아동과 분리된 상태에서 경제적 지원을 하는 점, 친모가 처벌을 원치 않고 있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권지담 기자
gonj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