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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폭염에 카트 26㎞ 밀다 숨져도…“코스트코 대표 ‘병 있었지?’”

등록 2023-07-31 11:54수정 2023-08-01 15:42

유족, 공식사과 없이 개인신상 탓하는 코스트코에 반발
대형마트 코스트코의 로고. 연합뉴스
대형마트 코스트코의 로고. 연합뉴스

무더위 속 한 대형마트 주차장에서 카트 정리 업무를 하던 20대 노동자가 숨진 지 한달이 넘도록 회사 쪽에서 공식 사과를 내놓지 않는 가운데 대표이사가 고인의 빈소에서 ‘지병이 있던 것 아니냐’는 취지로 말했다며 유족이 반발했다. 유족은 회사 쪽이 아들의 죽음을 “병사로 몰고 가려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ㄱ씨 아버지는 31일 문화방송(MBC) 라디오프로그램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아들(이) 사망(한) 이튿날 대표이사하고 본사 관계자들이 조문을 일단 했다”며 “조문을 마치고 난 다음에 대표이사가 직원들 앞에 가서 ‘원래 병 있지 병 있지’ 하면서, 또 다른 분은 ‘원래 병이 있는데 속이고 입사했지’ (하면서) 직원들 앞에서 아주 막말을 퍼부었다”고 말했다.

ㄱ씨 아버지는 회사 쪽이 아들의 죽음을 병사로 몰고 가려고 한다고 의심했다. 그는 “(회사 쪽이) 병사로 몰고 가려고, (조문 당일) 아침에 사망진단서를 받고 나서 조문 와서 (아들이) 병(이) 있는 거로 원래 자연 병사를 몰고 가려고 했던 (것 같다)”며 “벌써 바닥을 깔아놓는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병사로 몰고 가기 위해 장례 치르고 난 다음에 고혈압으로 사망했다든지 일반 지병이 있어 사망했다느니 심지어는 자살까지 했다는 소문이 (사내에) 돌았다”며 “저희가 합의했다는 둥 산재를 해주기로 했다는 둥 소문까지 나돈 입장에서 당연히 이 부분을 문제 삼을 수밖에 없었다”고 덧붙였다.

6월19일 마트 주차장서 숨진 ㄱ씨가 사망 이틀 전 26㎞를 걸었다는 기록. ‘김현정의 뉴스쇼’ 유튜브 갈무리
6월19일 마트 주차장서 숨진 ㄱ씨가 사망 이틀 전 26㎞를 걸었다는 기록. ‘김현정의 뉴스쇼’ 유튜브 갈무리

앞서 ㄱ씨(29)는 지난달 19일 저녁 7시께 경기 하남시의 코스트코 주차장에서 카트 정리 업무를 하던 도중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숨졌다. 당시 낮 최고기온은 33도로, 폭염주의보가 내려진 상태였다.

ㄱ씨는 매시간 200개 안팎의 카트를 매장 입구로 옮기는 업무를 했다고 알려졌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마트산업노동조합은 지난 11일 기자회견에서 ㄱ씨의 사인이 “온열에 의한 과도한 탈수로 발생한 폐색전증”이라고 밝혔다.

ㄱ씨는 카트 정리 업무 배치 전 건강검진을 받을 때만 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던 건강한 상태였다. ㄱ씨의 아버지는 “(숨지기 이틀 전인) 17일에는 집으로 오자마자 대자로 눕더니 엄마한테 ‘4만3천보 걸었다’고 하면서 너무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했다”고 전했다.

민주노총 마트산업노조가 지난 3일 고용노동부 서울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노동부가 코스트코의 중대재해 사건에 대해 철저히 조사하고 보호조치를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마트산업노조 제공
민주노총 마트산업노조가 지난 3일 고용노동부 서울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노동부가 코스트코의 중대재해 사건에 대해 철저히 조사하고 보호조치를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마트산업노조 제공

ㄱ씨 아버지는 동료 직원들에 대한 고용노동부의 참고인 조사에 회사 쪽 변호사가 사전 동의 없이 입회해 직원들이 심리적 압박을 느꼈다고도 주장했다.

그는 “직원 2명이 (노동청에서) 참고인 조사를 받는데 변호사가 대동해 직원들이 제대로 정확하게 진술을 못 했다고 다른 직원한테 전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입막음이었다고 생각한다”며 “직원들이 동의(를) 안 했는데도 불구하고 회사 쪽에서 임의로 직원 2명 이름을 기재하고 (변호사) 선임계를 제출했다고 했다. 이건 범죄행위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ㄱ씨의 아버지는 산재 신청을 위해 회사 쪽에 폐회로텔레비전(CCTV) 등을 요청한 상황이다. 그는 쿠팡물류센터 노동자들이 여름철 노동 환경 개선을 요구하며 새달 1일 파업을 예고한 것을 두고도 “(노동부 ‘폭염기 실내작업장 근로자 건강권 보호를 위한 휴식 의무화 실행’ 가이드라인이) 정부의 권고사항으로만 나와 있는 게 아니고 의무사항으로 법률 개정이 하루빨리 이뤄져 모든 근로자가 열악한 환경에서 벗어나 좀 더 삶의 질을 높였으면 한다”고 호소했다.

조윤영 기자 jy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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