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오후 충북도청에서 자연재난과와 도로과를 압수수색한 검찰 관계자들이 압수품을 옮기고 있다. 검찰은 24명의 사상자가 난 청주 오송 지하차도 참사와 관련 충북도의 부실 대응을 수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검찰에 직접 보완수사와 재수사의 길을 터주는 ‘수사준칙 개정안’을 두고 경찰의 수사종결권을 무력화할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법무부는 ‘수사 지연 해소’를 명분 삼고 있지만, 민감한 정치적 사건 등에서 검찰이 개정 수사준칙을 악용해 수사 방향을 바꿀 수 있다는 우려가 여전하다.
이번 개정안의 명분은 ‘수사 지연 해소’다. 현행 보충수사(보완수사·재수사)는 원칙상 ‘검찰이 요구하면, 경찰이 응하는’ 형태로만 가능하다. 수사지휘권자인 검찰이 최종 책임을 지고, 수사 속도를 관리하던 과거와 비교하면 현재 수사 속도는 더디다. 법무부가 개정안 발표 뒤 입장문을 내어 “국민 입장에서 과거보다 나빠졌다. 서민들의 민생 사건을 더 빨리 해결할 수 있게 바꾼 것”이라고 주장한 배경이다.
문제는 검찰을 수사 주체로 재등장시키는 것이 적절한 해결책이냐 하는 점이다. 기소권자인 검찰이 직접 수사할 경우 ‘속도’는 빠르지만, 수사 통제와 검증이 약해지는 구조적 문제가 있고, 이 때문에 시간이 더 걸리더라도 ‘수사는 경찰, 기소는 검찰’이라는 원칙 아래 수사권 조정을 한 것이기 때문이다.
개정안은 수사 속도를 높이겠다며 보완수사 주체를 ‘경찰’에서 ‘경찰과 검찰 분담’으로 변경했다. 명목상 ‘분담’이지만, ‘검찰이 사건을 넘겨받은 뒤 1개월이 지나도록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하지 않은 경우’ 등에 한해 검찰이 보완수사하는 걸 ‘원칙’으로 삼았다. 논의에 참여했던 한 인사는 “검사가 1개월이라는 마감 시한 내에 보완수사 요청 여부를 결정해야 하고, 이를 넘기면 검사가 책임을 떠안는 구조”라며 “수사 속도를 높이기 위한 조항으로, 검찰은 사건 처리 부담이 늘어서 이 조항을 싫어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조항은 검찰이 입맛에 맞는 사건을 가져오고 싶을 때 악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서울의 한 일선서 과장은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이나 검찰 조직의 이익과 관련된 사건일 때에는 상당한 독소 조항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재수사 관련 조항도 마찬가지다. 매우 제한적이던 ‘송치 요구권’(검찰로 사건을 보내라고 경찰에 요구할 권리)이 대폭 확대됐기 때문이다. 일선 수사경찰들은 ‘범죄 혐의 유무를 명확히 하기 위해 재수사를 요청했는데 이행이 이뤄지지 않으면, 검찰이 직접 재수사할 수 있다’는 규정을 대표적인 독소 조항으로 꼽았다. 총경급 경찰관은 “검찰이 사건을 보고 자의적으로 ‘재수사 요청을 이행 안 했으니 송치하라’고 하면 경찰 수사종결권이 의미가 없어진다”며 “이는 1차 수사종결권을 경찰에 부여한 상위법 취지와도 어긋난다”고 비판했다.
검찰 관계자가 24일 오전 오송 지하차도 참사 부실 대응 의혹을 받는 충북경찰청 112상황실로 압수수색 박스를 들고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수사 지연을 해소해야 한다’는 데에는 일선 경찰관들도 대체로 동의했다. 다만, 기존에 합의한 수사권 조정안 정신을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일선 경찰서 수사과 관계자는 “검찰이 하던 수사를 경찰이 하게 됐으니, 검찰 수사관을 경찰로 보내는 등 수사 인력을 늘려야 한다. 수사 속도가 늘어지지 않게 경찰 내부 지침으로 관리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다른 일선 수사과 팀장은 “검찰이 기소권자로서 미비한 사실관계 등을 ‘보완조사’할 필요가 있다는 점은 인정한다. 다만, ‘보완수사’를 하도록 허용하면 피의자를 다시 부르고 증거를 새로 수집하는 등 전면적인 직접 수사까지 모두 열어주게 된다”고 우려했다.
박수지 장나래 전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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