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자가 노동자와 퇴직금 지급 날짜를 연장하기로 합의한 뒤 해당 날짜에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으면 형사처벌 대상이라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오석준 대법관)는 지난달 13일 노동자 6명에게 퇴직금 1억1천여만원을 지급하지 않은 혐의(노동자퇴직급여보장법 위반)로 재판에 넘겨진 ㄱ씨에게 일부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동부지법에 돌려보냈다고 3일 밝혔다.
노동자 8명을 고용해 세탁업을 운영하던 ㄱ씨는 2021년 ㄴ씨 등 노동자 6명에게 퇴직금 1억1천여만원을 지급하지 않고 임금 395만원을 체불한 혐의로 기소됐다. 퇴직급여법 9조를 보면 ‘사용자는 퇴직금 지급 사유가 발생한 날로부터 14일 이내에 노동자에게 퇴직금을 지급하여야 한다’고 돼 있다. ‘다만 특별한 사정이 있으면 당사자 간 합의로 지급기일을 연장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1·2심은 퇴직급여법 9조가 ‘14일 이내 퇴직금 지급’만 사용자의 의무로 봤다고 판단했다. ‘당사자 간 합의로 날짜를 연기할 수 있다’는 조항을 ‘연기한 날짜에 퇴직금 지급’ 의무조항으로 간주해, 어길 시 형사처벌하는 건 안된다는 취지다.
대법원은 원심의 판단을 뒤집었다. 대법원은 “퇴직급여법 9조의 취지는 퇴직금을 받지 못하면 노동자 생활이 위협받을 우려가 있을 뿐 아니라 시간이 흐름에 따라 금품을 받지 못할 위험이 커지므로 법률관계를 조기에 청산하도록 강제하려는 데 있다”며 “단서 조항은 당사자 간 합의에 따라 지급기일을 연장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에 불과하고 연장한 지급기일까지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은 경우에도 사용자의 형사책임을 배제하는 취지라고 볼 수 없다”고 짚었다. 따라서 “사용자가 노동자와 지급기일 연장 합의를 했더라도 연장한 지급기일까지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으면 퇴직급여법 위반죄가 성립한다”고 판단했다.
정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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