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들에게 ‘갑질’을 했다가 중징계 위기에 처한 공무원이 부하 직원의 비위를 신고하고 ‘비위 신고에 따른 보복’이라고 주장했지만, 대법원은 해당 공무원에 대한 징계가 정당하다고 인정했다.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여성가족부가 국민권익위원회를 상대로 “신분보장 등 조치 결정을 취소하라”며 낸 소송에서 여가부 승소로 판단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6일 밝혔다.
여가부 공무원 ㄱ씨는 부하 직원들에 대해 계속해서 비인격적 대우를 하거나 업무상 불이익을 주고, 차별하거나 따돌리는 등 이른바 ‘갑질’을 했다는 이유로 2020년 2월께 중징계의결 요구 및 직위해제, 성과연봉 등급 하향 통보를 받았다.
부하 직원이 2019년 11월 ㄱ씨에 대한 인사고충을 제기하고 공무원 행동강령 위반으로 신고하면서 감사가 시작됐다. 보름 뒤 ㄱ씨는 부하 직원의 비위를 신고하며 자신이 받은 감사와 조치는 부패행위 신고에 따른 ‘불이익 조치’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여가부는 조사 결과, 부하직원에 대한 ㄱ씨의 신고는 허위라고 판단했다
반면, 권익위는 ㄱ씨의 요청을 받아들여 중징계의결 요구를 취소하라는 신분보장 등의 조치를 결정했다. 부패방지권익위법에 따라 부패행위 신고자가 불이익 조치를 받거나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 권익위는 소속 기관장에게 이를 취소하거나 금지하도록 요구할 수 있다. 같은 법 63조에는 “신고자가 신고 뒤 권익위에 신분보장 등 조치를 신청하는 경우 해당 신고와 관련해 불이익을 당한 것으로 추정한다”는 내용의 ‘인과관계 추정’ 조항이 있다.
하지만 권익위와 달리 1·2심 재판부는 여가부의 손을 들어줬다. ㄱ씨에 대한 감사가 방어권을 침해하는 부당한 감사가 아니었고, 여가부의 조치는 ㄱ씨의 부패행위 신고와 무관하게 이뤄진 정당한 조치라는 이유다. 대법원 역시 원심 판단에 잘못이 없다고 보고 양쪽의 상고를 모두 기각했다.
대법원은 “권익위가 신분보장 등 조치 결정을 내리기 위해서는 그 전제로 부패행위 신고와 불이익조치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되어야 한다”며 “(부패방지권익위법 63조의) ‘인과관계 추정’은 충분하고도 명백한 증거에 의해 특별한 사정이 있는 때에는 번복될 수 있다”고 밝혔다. 부하 직원이 공무원 행동강령 위반으로 신고한 뒤 ㄱ씨가 뒤늦게 부하 직원의 비위를 신고해 인과관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판단이다.
대법원은 인과관계 추정을 뒤집을 수 있는 판단 기준도 제시했다. △불이익조치권자가 불이익 사유를 인지하게 된 경위 △불이익조치 사유의 내용 및 위법·부당의 정도 △불이익조치권자와 부패행위 신고 내용과의 관련성 △부패행위 신고가 없었더라도 불이익조치가 이루어질 수 있는 개연성의 정도 등이다.
대법원 관계자는 “대법원은 지난 6월 ‘공익신고자 보호법’상 불이익조치가 공익신고로 인한 것이 아님이 분명한 경우 ‘인과관계 추정’이 번복된다는 점을 최초로 판시한 바 있다”면서 “이 판결에서는 그 구체적인 기준을 처음으로 제시했다”라고 설명했다.
정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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