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2019년 5월1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소 ‘전과 3범’으로 모두 합쳐 징역 14년을 확정받았던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가석방으로 풀려나게 된다. 원 전 원장 수사를 이끈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법무부’가 각각 감형과 가석방을 통해 원 전 원장 가석방에 기여한 셈이라 ‘부적절한 행보’라는 비판이 나온다.
법무부 가석방심사위원회는 지난 7일 원 전 원장을 가석방 적격 대상으로 판단했다. 나이가 72살이라 고령인 점과 건강 상태 등이 주요 가석방 사유로 고려됐다고 한다. 이노공 법무부 차관을 위원장으로 하는 가석방심사위에는 위원 9명이 전원 참석했고 반대 의견은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원 전 원장은 오는 14일 안양교도소에서 가석방될 예정이다.
원 전 원장 가석방은 윤석열 대통령의 감형이 선행돼 가능한 일이었다. 원 전 원장은 2022년 12월 특별사면 당시 남은 형기 7년의 절반(3년6개월)을 감형받았다. 이달 기준 남은 형기는 2년10개월 가량이다. 감형된 형기(3년6개월)가 빠진 전체 형기 9년6개월 가운데 약 70% 가량(6년8개월)을 채우게 됐다. 법무부는 통상 복역률 60% 이상을 가석방 대상으로 선정한다. 윤 대통령의 감형이 없었다면 복역률 60%를 채우기 위해 원 전 원장은 1년 넘게 더 기다렸어야 했다.
원 전 원장을 수사한 윤 대통령이 결과적으로 원 전 원장 가석방에 일조했다는 점에서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윤 대통령은 2012년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 때 특별수사팀장을 맡아 원 전 원장을 수사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 서울중앙지검장에 올라서는 국정원 수사팀을 꾸리고 불법 정치공작 의혹을 받은 원 전 원장을 또다시 수사해 재판에 넘겼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도 서울중앙지검 3차장검사 때 원 전 원장 국정원 자금 사적 유용 혐의 수사를 지휘한 바 있다.
정태호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자신이 수사했던 이를 기용하거나 특별사면을 통해 결과적으로 가석방해주는 일이 반복되는데, 윤 대통령이 검찰에 있을 때 정의 구현을 위해 수사했다고 생각할 국민이 얼마나 있을지 의문”이라며 “국민 입장에서 무력감이 들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한 검찰 간부도 “가석방이야 행정 절차라 넘어가도 원 전 원장 특별사면 때는 ‘수사했다 풀어주냐’며 허탈해하는 분위기가 있었다”고 말했다.
최소 ‘전과 3범’인 원 전 원장의 가석방도 이례적이다. 법무부 ‘2023년 교정통계연보’를 보면, 지난 10년 동안 전과 3범의 가석방 허가율은 1.5%에 그쳤다. 앞서 원 전 원장은 2021년 불법 정치공작을 벌인 혐의로 징역 9년을 선고받았다. 2018년에는 국정원 ‘사이버 여론조작’을 지시한 혐의로 징역 4년을, 2016년에는 건설사 대표에게 금품을 받은 혐의로 징역 1년2개월을 확정받았다. 전과는 통상 확정판결을 기준으로 계산한다.
전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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