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특공대원이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릴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폐영식과 K팝 슈퍼 라이브 콘서트’를 앞두고 경계 근무를 서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촉박한 일정과 태풍 ‘카눈’의 영향으로 마지막까지 긴장의 끈을 놓치 못했던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폐영식과 ‘케이팝(K-POP) 콘서트’가 11일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렸다. 세찬 빗줄기가 좀처럼 그치지 않으면서 행사 당일까지도 우려의 목소리는 계속됐다. 정부는 ‘준비 부족’ 등 그동안 잼버리를 둘러싼 논란을 의식한 듯 경찰병력 수천명을 투입, 안전관리에 만전을 기하는 모습이었다.
이날 월드컵경기장 잔디 위에 설치된 야외무대와 6400여개에 달하는 의자 위로는 간헐적으로 거센 비가 쏟아졌다. 경기장은 천장이 없는 형태라 비가 오면 그대로 맞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미끄럼 사고 등을 막기 위해 오전 리허설은 출연 가수들의 동선만 체크하는 등 제한적인 방식으로 진행됐다. 영등포구에서 온 자원봉사자 안아무개(50)씨는 “비가 오는데 행사를 진행할 수 있을까”라며 걱정스러운 눈으로 하늘을 쳐다봤다.
콘서트 무대는 지난 9~10일 이틀새 촉박하게 만들어졌다. 거센 바람을 동반한 태풍 ‘카눈’이 서울로 올라오는 상황에서 높이 10m가 넘는 무대 설치가 강행되며 정부가 노동자의 안전을 도외시한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산업안전보건기준 규칙은 풍속이 초당 10m이상인 경우 철골작업을 중지하도록 정하고 있다. 카눈의 순간풍속은 초당 10~30m였다. 민주노총은 무대 설치 당시 노동자의 추락을 막는 안전고리와 안전난간 등도 충분히 설치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비슷한 시각 경찰 경력이 경기장 안팎을 에워쌌다. 무장한 경찰특공대와 군견이 경기장 주변을 순찰하는 한편 경기장 입구 쪽에 보안검색대가 설치됐다.
서울경찰청은 이날 행사 인파 관리를 위해 경찰기동대 43개 부대 2500여명을 투입하고, 행사가 야간에 끝난다는 점을 고려해 방송조명차 11대를 배치했다. 경찰청은 이와 별도로 행사 종료 뒤 각국 스카우트단 소속 성인 인솔자 수천여명이 시내 관광에 나설 것으로 보고, 이태원과 강남, 홍대입구 등 번화가에 각각 기동대 1개 부대(60명)를 추가 배치했다.
서울월드컵경기장에 도착한 세계 각국의 스카우트 대원들이 버스에서 내려 경기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오후 2시부터 통제된 월드컵로(구룡사거리∼경기장사거리)는 거대한 주차장으로 변했다. 3만7000여명의 대원들을 실은 1400여대의 버스들이 차례로 들어서면서 교통혼잡을 막기 위해 행사장 주변에 교통경찰 412명이 배치됐다. 교통통제 사실이 충분히 알려지지 않은 탓에 월드컵로로 진입하려는 시민과 이를 저지하는 경찰들 간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수만명의 인파가 한꺼번에 몰리는 것을 막기 위해 스카우트 대원들의 경기장 입장은 오후 2시부터 3시간 반동안 순차적으로 이뤄졌다. 하지만 앞서 입장한 폴란드 스카우트단이 길을 잃어 경기장을 빠져 나왔다가 재입장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한 폴란드 대원은 “어디에 앉아야 할지도 모르겠고 방치된 느낌이 들어 들어갔다가 다시 나왔다”고 말했다.
한편, 경기장 인근에선 서울월드컵경기장을 홈그라운드로 두고 있는 에프시(FC)서울 팬들 여러명이 1인 시위를 벌이다가 경찰로부터 제지를 당하기도 했다. 차희찬(17)씨는 “월드컵 경기장이 하이브리드 잔디로 교체되면서 (그동안) 콘서트를 막아왔는데, 이번 잼버리 콘서트로 인해 잔디가 망가지는 게 됐다. 화가 나서 시위를 하게 됐다”고 말했다.
심우삼 기자
wu32@hani.co.kr 방준호 기자
whorun@hani.co.kr 강신범 김우리사랑 박시은 교육연수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