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오전 전라북도 부안군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야영지에서 대원들이 버스를 타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전북 부안군에서 열린 ‘2023 새만금 제25회 세계스카우트잼버리’ 야영지에는 모두 354개의 화장실(변기 2712개)이 설치됐다. 4만3천여명(참가 신청자 기준)이 참여한 만큼, 화장실 1칸 당 15명이 이용한 셈이다.
온라인에선 이른바 ‘푸세식’ 화장실을 보고 놀라는 스카우트 대원의 모습이 화제가 되는 등, 잼버리 개영 첫날부터 ‘위생 불량’ 화장실 문제가 불거졌는데, 턱없이 부족한 화장실 숫자가 한 몫을 한 셈이다. 그런데 정부가 잼버리 행사 개막 5개월 전 국무총리 주재 회의를 열어 잼버리 야영에 필요한 ‘시설 설치 예산’을 50억원 가까이 증액하면서도, 화장실 추가 설치 예산은 늘리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권인숙 더불어민주당 의원(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위원장)이 18일 여성가족부로부터 제출받은 ‘2023 새만금 제25회 세계스카우트잼버리 제2차 정부지원위원회’ 회의(3월3일) 자료를 보면, 정부는 당시 회의에서 잼버리 시설 설치·이용 및 사후활용 등에 관한 계획 변경안을 심의해 원안대로 의결했다.
정부지원위원회는 국무총리 소속으로, 잼버리에 대한 대규모 예산 지원이나 관련 정책 심의·조정 권한을 가진 기구다. 정부지원위의 당시 회의에서 통과된 변경안은 야영시설(야영장, 전기·통신시설)과 대집회장, 상·하수도, 하수처리시설, 중앙보행로 등의 시설 설치·이용을 위한 예산을 343억원(2021년 11월 제1차 정부지원위 회의에서 의결)에서 390억원으로 47억원 증액하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증액된 비용은 △직소천 과정 활동장 조성 지원(36억원) △텐트 내부 전기시설 추가 설치(11억원)를 위한 것으로, 화장실과 샤워장, 급수대 설치 예산은 지난 1차 회의 때 정해졌던 45억원에서 하나도 늘지 않았다. 잼버리 개최와 관련된 해외 출장을 다녀왔던 공무원 등이 화장실 부족이나 커튼 샤워장 등 시설 문제를 꾸준히 제기했음에도, 예산에 반영되지 않은 것이다.
칠레의 스카우트 대원이 새만금 야영지에 설치된 지저분한 ‘푸세식’ 형태의 화장실을 보고, 눈을 가리고 있다. 유튜브 채널 ‘파티오 스카우트’ 화면 갈무리
이번 잼버리 대회가 열린 새만금 야영지에 설치된 화장실은 모두 354개(변기 2712개)였다. 잼버리 조직위 관계자는 “애초 새만금 야영지에 화장실 330개소를 설치할 계획이었으나, 각국 대표단장 회의 및 야영지 사전 확인 등에서 나온 건의사항에 따라 354개소로 늘려 설치했다”고 말했다. 최근 해외에서 열린 잼버리 행사와 비교하면 다소 적은 규모다. 한 예로, 2011년 제22회 잼버리가 열린 스웨덴 야영지에 설치된 화장실은 400개였다. 당시 참가 인원은 4만여명이었다. 또 2015년 3만3천여명이 참가한 제23회 일본 잼버리 때도 820개의 화장실이 설치된 바 있다.
그 결과, 잼버리 개영 첫날부터 화장실 위생 불량 등이 도마에 올랐다. 조직위는 결국 서울시 등 3개 기관으로부터 지원을 받아, 화장실 60개를 야영지에 추가로 설치했고, 70명에 그쳤던 화장실 청소 인력도 1170명(6일 기준)으로 늘렸다.
권인숙 의원은 “정부가 두 차례 정부지원위원회 회의를 열었지만 화장실 부족, 위생 불량 등 해결이 필요한 문제들을 제대로 짚어내지 못해, 준비 부족을 막을 수 있는 기회를 놓친 것으로 보인다”며 “원래 전담 청소 인력뿐만 아니라 스카우트 운영요원(IST)들도 화장실 청소 업무를 일부 분담하도록 되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왜 이런 체제가 재대로 작동하지 못했는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오는 25일로 예정된 국회 여성가족위원회의 잼버리 현안 질의에선 이런 화장실 부족 및 위생 불량 문제 등이 도마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오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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