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 실업급여 신청 창구. 연합뉴스
실업급여를 반복해서 받는 이들이 2년 연속 한해 10만명을 넘어선 가운데, 정부가 실업급여 수급을 무작정 제약할 경우 일시적 실업 상태에서 생계 불안을 줄이려는 취약노동 계층의 안전망이 무너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국회 입법조사처가 내놓은 ‘국정감사 이슈분석-실업급여 부정·반복 수급 개선 방안’을 20일 보면, 지난해 실업급여 반복수급자는 10만2천명으로 집계됐다. 2021년 10만명을 돌파한 뒤, 2연 연속 10만명을 넘었다. 반복 수급자는 5년간 세차례 이상 구직급여를 받은 이들을 말한다.
코로나19 유행 직전이던 2019년 8만6천명이던 게, 2020년 들어 9만3천으로 늘어난 뒤 꾸준히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실업급여 수급자가 급증한 데다, 급여 인정 방식도 감염병 예방을 위해 완화된 데 따른 영향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고용노동부는 이런 부작용을 막기 위해 우선 실업인정 차수별 재취업활동 횟수와 범위에 따라 지원 대상이나 범위를 달리하고, 허위 구직활동 등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한다는 대책을 내놓고 있다. 다만 실업급여를 반복해서 받는 것은 애초 불안정한 임시·단기 노동시장에서 일하는 청년층이나 취약노동 계층들이 반복 수급을 할 수밖에 없었던 현실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입법조사처는 “반복 수급을 제한하는 것은 일시적 실업 상태인 수급자의 생계 불안을 줄여 재취업을 지원한다는 실업급여 제도의 기본 취지에 어긋날 수 있고, 취약노동 계층 보호가 약화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으므로 이를 잘 고려해야 한다”고 풀이했다. 반복수급이 부정수급은 아닌 만큼, 악용 사례를 개선하는 방식으로 허술한 일부 규정의 개선 조처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아울러 입법조사처는 최근 실업급여 부정수급 건수가 해마다 2만건을 넘어서는 부작용도 빚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이슈 보고서에선 지난해 실업급여 부정수급 건수를 2만3907건으로 보고했다. 코로나19 직전이던 2019년 이미 2만2003건에 이르렀던 수치가 팬데믹을 겪으며 좀처럼 낮아지지 않고 있다. 실제 코로나19가 본격화한 이후 부정수급 사례는 2020년 2만4259건, 2021년 2만5756건이었다.
실업급여 부정수급은 제대로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불가피하게 여러 차례 실업급여를 받는 반복수급과 다른 문제를 빚고 있다. 부정수급이 발생하면, 재정운용의 비효율성이 커지고 수급자간 형평성 저해, 관련 재정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가 낮아진다는 등 문제를 낳는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정작 필요한 이들이 실업급여를 지원받지 못하거나, 국가 사업에서 도덕적 해이가 일어나면서 더 많은 세금 낭비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입법조사처는 “허위・형식적 구직활동을 사전에 예방하며 수급자 선별관리 등을 통해 실효성 있는 재취업지원이 필요하다”며 “실업급여 시행 단계별 부정수급 방지대책을 촘촘하게 수립하고, 코로나 일상회복 등에 따라 감염병 예방 중심의 간소화된 실업인정 정상화와 재취업 활동 기준 재정비가 필요하다”고 짚었다.
홍석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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