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대학쪽에 면죄부
2005학년도 1학기 수시입학에서 ‘고교등급제’를 실시한 것으로 드러나 업무방해 혐의로 고발된 사립대학들이 무더기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서울중앙지검 형사7부(부장 임상길)는 22일 고교등급제 적용 사실을 입시요강에 밝히지 않아 고교 진학지도 교사들의 업무를 방해한 혐의로 고발된 고려대, 연세대, 이화여대 총장과 입학처장들을 모두 무혐의 처분했다고 밝혔다.
이 대학들은 2005년 입시에서 최근 3년 동안의 고교별 진학자 수와 수능성적 등을 정리한 자료를 입학사정에 참여한 교수들에게 활용하도록 하거나 보정점수를 부여하는 방법으로 고교등급제를 실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참교육학부모회 등은 고교등급제로 비강남권 학생들이 불이익을 당하는 폐해가 생겼다며 이 대학들을 검찰에 고발했다.
검찰은 그러나 대학의 재량권을 광범위하게 인정하며 1년5개월 만에 대학 쪽에 면죄부를 줬다. 검찰 관계자는 “학생선발의 재량권이 대학에 있는 만큼, 이를 자세히 알리지 않았다고 해서 ‘위계(사람을 착오에 빠뜨리기 위한 계략)’가 있었다고 볼 수 없다”며 “행정적인 제재는 가능할지 몰라도 별도의 입법이 없는 한 업무방해죄 적용은 어렵다”고 밝혔다.
검찰의 무혐의 결정에 고발인 쪽은 “법리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결정”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함께하는 교육 시민 모임 대표인 윤기원 변호사는 “대학 쪽이 고교등급제를 실시한다는 정보를 숨겨 진학지도 교사와 수많은 고3생 수험생들을 속인 것은, 당연히 ‘위계’에 해당한다”며 “고교등급제가 적발된 뒤 이듬해 비강남권 고교 학생들의 수시 합격율이 급등한 것은 고교등급제를 이용한 대학의 차별행위가 재량을 벗어난다는 것을 증명해준다”고 반박했다. 고발인 쪽은 검찰의 무혐의 결정문을 받아본 뒤 항고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김태규 기자 dokb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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