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가 29일 오전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지명한 이균용(61) 새 대법원장 후보자가 서울에 거주하면서 부산 지역의 ‘논’을 사들여
관련 법을 위반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이 후보자가 잘못한 게 없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잡종지’처럼 쓰이던 땅이었기 때문에 법 위반이 아니라는 주장인데, 법조계에서는 ‘경자유전’(농지는 농업인만이 소유)은 헌법상의 원칙이라며 “비농업인의 농지 소유에 대한 부적절한 해명”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이 후보자는 29일 서울 서초구에 마련된 인사청문회준비단 사무실에 첫 출근을 하며 농지 관련 법 위반 의혹이 제기된 데 대해 “당시 법령에 다 맞게 행동하고 잘못한 것도 없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 후보자는 사법연수원을 수료한 1987년 서울 강남구 잠원동에 거주하며 부산 동래구 명장동 일대의 ‘농지(답)’를 샀다. 하지만 당시 농지개혁법은 △통작거리(통상 4㎞)와 △사전거주기간 제한(최소 6개월 이상)을 명시해 농지 구입 조건을 제한하고 있었다.
이 후보자는 ‘지목’(땅의 용도)이 아니라 실제 경작 여부(현황)를 기준으로 법 위반을 판단해야 한다며 “취득 당시 지목은 ‘답’(논)이지만, 당시 현황은 농지가 아닌 잡종지였기 때문에 농지 관련 법령 위반은 없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법조계에선 이 후보자의 주장이 농지의 범위를 축소하는 잘못된 법 해석이라고 지적한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농업개혁위원장인 임영환 변호사는 “논(답)을 농사짓지 않고 주차장 등으로 사용하면 자연스럽게 농지가 더는 아니라고 주장하는 셈인데 이는 대법원이 허용하지 않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실제 2021년 대법원은 농지법상 ‘농지’이지만 다른 용도로 이용되는 토지를 두고 “농지법상 농지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바 있다. 대법원은 “법적 지목과 관계없이 실제 경작에 사용하는 토지의 현황에 따라 판단하도록 한 농지개혁법, 농지법의 취지는 농지를 보전하고 그 이용을 증진하고자 하는 것이지, 농지가 불법 전용돼 다른 용도로 이용된다고 해서 이를 곧바로 농지에서 제외하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했다.
사법부의 수장으로서 이 후보자의 답변이 부적절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민생경제위원회의 서성민 변호사는 “경자유전의 원칙은 헌법상 원칙이기 때문에 (이 후보자의) 해명 자체가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최영호 변호사 역시 “판사 임용을 앞둔 법률가가 농사를 짓지 않으면서 농지를 취득한 것이 맞지 않다. 윤리적·도덕적 책임이 막중한 대법원장 후보자로서 그 해명도 부적절하다”고 비판했다.
장인이 자동차운전면허학원 등으로 이용하면서 전용 허가를 받지 않은 것 역시 법 위반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2013년 이 후보자가 동래구 명장동 땅을 팔 당시 토지의 지목은 여전히 ‘답’이었다. 박석두 전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1987년에도 농지를 다른 용도로 쓰기 위해선 농지전용 허가를 받도록 법이 규정하고 있었다”며 “잡종지로 이용되는 것을 샀으니 문제가 없다는 말은 판사, 특히 대법원장 후보자로서는 해서는 안 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 후보자는 이날 가족이 비상장주식(평가액 9억9천만원)을 보유하는데도 고위공직자 재산공개 때 신고하지 않은 사실을 인정했다. 이 후보자는 “가족이 2000년께 아내 가족이 운영하는 가족회사의 비상장주식을 보유했다”며 “2020년 공직자윤리법 시행령이 변경된 사실을 몰랐다”고 밝혔다.
정혜민 이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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