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부부와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무속인 ‘천공’의 유튜브 강연 장면. 유튜브 갈무리
경찰이 ‘천공 관저 개입 의혹’을 허위사실이라고 결론 내리며 이를 보도한 뉴스토마토 기자들을 명예훼손 혐의로 검찰에 송치한 한 반면, 한국일보 기자는 불송치했다. 두 언론사 모두 기사로 같은 의혹을 제기했는데 경찰 수사에서 혐의 인정 여부가 갈린 이유는 뭘까.
서울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지난 31일 천공 관저 개입 의혹을 제기한 김종대 전 정의당 의원과 부승찬 전 국방부 대변인과 그의 책을 인용 보도한 뉴스토마토 기자 4명을 명예훼손 혐의로 송치했다고 밝혔다. 지난 2월 대통령실이 고발한 사안을 경찰은 약 6개월간 수사한 끝에 결론을 냈는데, 천공의 출입 여부를 확인하는 것 만큼 법리 검토에도 시간을 들였다.
두 언론에 대한 경찰의 혐의 인정이 갈린 대목은 “의혹을 확정적으로 보도했는지” 여부였다. ‘관저 결정에 앞서 천공이 다녀갔다’는 의혹이 부 전 대변인의 주장에 기댄 영향이 컸는데,
뉴스토마토 기사는 이 대목을 ‘주장’ 또는 ‘의혹’ 수준으로 다루지 않고 ‘확인됐다’ 등으로 단정적으로 표현했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같은 취지의 내용을 보도하더라도 ‘표현 방법’에 따라 혐의 인정 여부를 달리 본다. 확인되지 않은 일방의 주장을 “진실인 것처럼 보이게 내용 구성을 하는 등으로 일반 독자들이 사실을 오해하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기사 내용이나 표현 방법 등에 대해서도 주의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잣대에 비춰보면 뉴스토마토 기사는 단정적인 표현을 썼다는 게 경찰 판단이다. 지난 2월2일 보도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관저를 결정하는 과정에 역술인 천공이 개입했다는 주장이 사실로 확인됐다’, ‘부 전 대변인은 다른 경로를 통해서도 (이러한 사실을) 재확인했다고 증언했다’ 등의 표현을 썼기 때문이다.
반대로 같은 날 보도된
한국일보 기사는 ‘지난해 윤석열 정부 출범 직전 대통령 새 관저를 물색하는 과정에서 역술인 천공이 개입한 정황이 있다는 주장이 문재인 정부 마지막 국방부 대변인으로부터 나왔다’는 식으로 보도하며 ‘입수한 책 내용에 따르면’ 등의 표현을 썼다. 경찰은 한국일보 기사가 부 전 대변인의 저서에 해당 내용이 담겼다는 취지로만 보도한 점을 불송치 이유로 봤다.
이와 관련 심석태 세명대 저널리즘대학원 교수는 “공신력이 있는 사람이 책을 썼다고 하더라도, 이런 책 내용이 있다고 드라이하게 전달하는 것과 내용이 사실인 것처럼 보도하는 건 차이가 있다”며 “확인된 사실로 보도하면 그 내용에 대해 언론사도 (사실 확인의) 책임을 지게 된다”고 말했다.
경찰이 뉴스토마토 기사가 추가로 제기한 의혹 제기에 대해 “비방 목적이 있다”고 판단한 것에 대해선 다툼의 여지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뉴스토마토는 해당 기사에서 ‘대통령실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의 말을 빌려 김용현 경호처장이 천공이 탄 뒷차를 가리켜 “뒷차는 통과 시키고 출입기록도 남기지 말라고 지시했다”는 취지로 보도했다.
이와 관련해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추가 허위사실을 전언으로 보도하면서 전체적으로 사실인 것처럼 보도했다. 전언을 들었을 때 기자로서 조사의 업무를 엄격히 부여한 판례를 고려하면 상당성을 잃은 것으로 봤다”고 말했다. 언론의 명예훼손 판례를 보면, 결과적으로 허위 사실을 보도했더라도 보도 시점에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성’이 인정되는 것이 중요하다. 진실이라고 믿게 된 근거나 자료의 확실성과 신빙성, 사실확인을 위하여 기울인 노력의 정도 등을 보는 것이다.
경찰은 기자의 추가 확인 노력이 미진했다고 본 것인데, 이 역시 경찰의 판단인 셈이라 법정에서 뉴스토마토 쪽과 다툴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뉴스토마토는 31일 입장문을 내고 “일선 기자들에 대한 형사고발은 기자들 스스로 자기검열 족쇄를 채우는 부정적 효과를 낳았다”며 “헌법이 규정한 언론 자유에 대한 명백한 침해이자, 도전”이라고 밝혔다. 실제 공공의 이익과 관련한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비방할 목적은 부정’된다는 대법원 판례도 있다.
경찰의 판단과 관련해 공인의 공적 활동에 대한 보도라면 ‘상당성’의 기준을 넓게 보고 언론의 자유를 용인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준웅 서울대 교수(언론정보학)는 “사실이라고 믿었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고, 공인에 대해 전해지는 말들에 대해 별달리 확인 취재할 방법이 없었다면 위법하지 않다고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천공 관저 개입 의혹과 관련해선 수사 초기부터 ‘누가 명예훼손 대상이냐’는 논란도 있었다. 대통령실이 고발했지만, 천공 개입 의혹으로 피해를 본 사람이 뚜렷하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경찰은 처벌 의사를 밝히고 피해진술서를 작성한 김용현 경호처장(당시 청와대 이전 태스크포스 부팀장)을 명예훼손 피해자라고 밝혔다. 천공의 국정 개입으로 김 처장이 정상적으로 공적인 업무를 수행하지 않은 것처럼 비쳐 명예훼손으로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김가윤 기자
gayoo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