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공공연대노동조합 조합원들이 2022년 10월 서울 용산구 대통령 집무실 인근에서 공공부문 비정규직 청년노동자 요구안 발표 기자회견을 열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기성세대가 청년세대보다 노동조합 활동의 실리 추구를 더 기대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이는 이른바 엠제트(MZ)세대 노조가 기성세대 노조에 견줘 연대와 공공성보단 소속 조합원의 경제적 이익을 더 추구한다는 통상의 인식과는 다른 것이다.
한국노동연구원이 최근 발간한 ‘청년세대의 노동운동과 일터 민주주의’ 보고서를 11일 보면, 연구진이 지난 2월 전국의 19∼65살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 조사 방식으로 노조가 ‘조합원의 경제적 이익 증대를 최우선으로 해야 한다’고 생각하느냐고 물은 결과 전체의 59.2%가 ‘동의한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당수가 노조를 이익집단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큰 것이다. 특히 이런 ‘실리주의 노조’를 선호하는 인식은 기존의 통념과 달리 청년세대보다 기성세대가 더 강한 것으로 조사됐다.
세대별로 보면, 기성세대인 40대 이상이 63.7%로 가장 많은 응답을 보였다. 30대(54.8%)보다 9%포인트, 20대(49.2%)보다는 14%포인트가량 높은 수치다. 임금인상이나 자신의 일자리를 지키는 데 노조가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는 이른바 ‘실리추구 노조’를 선호하는 태도는 청년세대가 아니라 기성세대인 40대 이상이 더 절감한다는 얘기다. 흔히 청년세대 노동운동이 경제적 실리 추구에 더 집중한다는 통념과는 다른 결과다.
‘노조가 필요하냐, 그렇지 않으냐’는 물음엔 20대의 81.3%, 30대의 84%가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이는 오히려 40대 이상(78.8%)보다 약간 높은 수치다. 노조가 필요하다는 인식은 이처럼 세대 간 큰 차이 없이 전 연령대에서 여전히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다만 이 비율은 2017년의 답변(85.5%)에 견줘 약간 떨어졌다.
두드러진 차이는 진보와 보수 등 정치 성향에 따른 편차다. 스스로 진보성향이라고 여기는 이들은 열에 아홉 이상(93.1%)이 노조가 필요하다고 답했지만, 보수 성향의 사람들은 68.5%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이런 경향은 노조에 대한 인식과 태도 전반에 작용했는데, 예컨대 노조가 ‘고용안정’이나 ‘근로조건’, ‘부당대우 보호’에 효과가 있느냐는 물음에 진보 성향은 대체로 80%에 가깝거나 그 이상으로 “그렇다”고 답했지만, 보수 성향에선 그 비율이 40%~60%대에 머물렀다.
‘노조에 이미 가입했거나 앞으로 가입할 의사가 있느냐’란 물음엔 전체적으로 2017년(38.4%)에 견줘 약간 높아진 열에 넷가량(41%)이 “그렇다”고 답했다. 정치성향에 따라 차이가 컸는데, 보수 성향 응답자는 같은 응답 비율이 24.9%로 뚝 떨어졌다. 진보 성향의 같은 응답자는 58.6%로 평균보다 높았다. 세대별로 본 응답에선 보수성향이 짙은 20대(31.%)가 예상대로 가장 낮았고, 40대 이상은 41.6%였는데, 가장 높은 쪽은 오히려 3 0대(49.2%)였다. 노동운동이 청년세대 가운데 특히 ‘20대의 조직화’에 적극적이어야 함을 보여주는 결과다.
‘한국 사회의 소득분배가 불평등하다’는 인식에서는 전체 응답자의 75.6%가 그렇다고 답했는데, 다만 20대에서는 이 비율이 65.9%로 30대(77.8%)와 40대 이상(77.9%)보다 낮았다. 이런 ‘불평등 완화를 위한 정부의 노력이 필요한가’란 물음에서는 세대 간 큰 차이 없이 대체로 높아 79.6%에 이르렀다. 한국 노조가 지향해야 할 향후 목표에 대해서는 청년세대와 기성세대 모두 ‘비정규직 노동자 등 취약계층 보호(37.2%)’를 가장 중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임금인상(21.8%), 고용안정(21.7%), 사회보장 확대(18.8%) 등의 순이었다.
이번 조사를 총괄한 강민형 전북대 교수(사회학)는 “주목할 결과는 지난 몇 년간 청년세대의 노동운동 부상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청년세대, 특히 20대는 대체로 노조의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기성세대와 비교할 때 노조에 대해 덜 우호적이고 노조의 도구성이나 효용성을 덜 중시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창곤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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