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속에 은닉된 마약류를 압수하는 장면. 서울경찰청 제공
마약을 공원 인근 야산 땅속에 파묻고 음식물 쓰레기통 옆에 두는 등 ‘신종 던지기 수법’으로 국내에 유통한 일당이 경찰에 검거됐다. 미국인·베트남인 등이 개입된 이들 조직은 중국동포 출신의 총책 지시를 받고 전국 각지로 마약을 전달했다.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는 해외에서 필로폰을 밀수하고 마약류를 국내에 유통한 피의자 10명 중 8명을 마약류관리법 위반 등 혐의로 검거하고 6명을 구속했다고 12일 밝혔다. 해외 체류 중인 미검 피의자 2명에 대해선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인터폴 적색수배를 요청했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은 이른바 ‘신종 던지기 수법’을 이용했다. 인천에 있는 공원 인근 야산 땅속에 마약을 파묻거나 서울 강남구에 있는 음식물 쓰레기통 옆에 마약을 두는 식이다. 기존에는 주택가 골목길 실외기나 아파트 우편함 등을 이용했지만 매수자들을 통한 도난 사건이 발생하자 대량의 마약을 거래할 땐 이러한 방식까지 이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던지기용 마약’은 베트남 국적의 ㄱ(22)씨가 직접 제조했다. ㄱ씨는 7월25일부터 8월10일까지 3회에 걸쳐 강남구 소재 호텔 등에서 합성대마 3800㎖를 제조해 국내 유통책에게 전달했다. 국내 유통책 6명은 신종 던지기 수법으로 필로폰 310g, 합성대마 약 1355㎖, 대마 87g을 전국에 판매했다.
합성대마를 숨기기 위해 가방에 넣은 사진. 서울경찰청 제공
대량의 필로폰이 인천국제공항으로 버젓이 들어오기도 했다. 미국 국적의 ㄴ(29)씨는 지난달 2일 관광객인 척 입국하면서 진공 포장된 필로폰 1.95㎏을 가방 내 격벽에 숨겼다. 서울 내 숙소에서 머물던 ㄴ씨는 이를 국내 유통책에게 건네주려다가 거래 현장에서 경찰에 체포됐다.
피의자 진술 등을 종합해보니, 이런 모든 과정은 중국동포 총책인 ㄷ(29)씨의 지시를 받아 진행됐다. ㄷ씨는 에스엔에스(SNS)로 마약류 밀수입 범죄는 물론 국내 유통까지 총괄하고 있었다.
서울경찰청 마약수사대 관계자는 “(ㄷ씨는) 동남아시아·미국 등 여러 나라에 걸쳐 인적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밀수입 범죄 등을 저지르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자신의 이익의 극대화 하기 위해 밀수입 범죄는 물론, 국내 마약류 유통에도 직접 관여했다”고 말했다. 국내 유통책은 모두 마약류 투약자로 경제적으로 궁핍한 상황에 놓여 총책을 돕게 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이들 조직에는 마약 범죄 전력이 있는 인물들이 다수 포함돼 있었다. 미국 국적의 ㄴ씨는 과거 타이 마약 범죄조직의 일원이었는데 2015년 파타야에서 두목을 살해하고 암매장한 혐의로 타이 경찰에 체포영장이 발부된 상태에서 또 국내 마약 밀수입 범죄를 저질렀다.
같은 조직에서 활동했던 다른 미국 국적의 ㄹ(29)씨는 이번 사건에서 ㄴ씨를 도왔을 뿐만 아니라, 야구배트에 필로폰을 은닉하는 등 중국동포 총책의 또 다른 밀수입 사건에도 연루돼있었다.
경찰은 이번 검거 과정에서 약 76억원에 7만6천명이 동시 투약할 수 있는 분량인 필로폰 2.3㎏과 약 3억4천만원에 카트리지 2258개 분량의 합성대마 1355㎖를 압수했다.
김가윤 기자
gayoo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