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 실종자 수색사고 생존자의 어머니가 13일 오전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에서 열린 임성근 사단장 고발 기자회견에 참석해 발언을 마친 뒤 흐느끼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해병대 수색사고 생존자의 어머니가 임성근 해병대1사단장을 업무상과실치상 혐의로 고발했다. 고 채아무개 상병과 급류에 휩쓸렸던 아들은 동료를 살리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시달리는데, 정작 입수명령을 내린 윗선은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며 어머니는 울음을 터트렸다.
■ “엄마, 내가 채 상병을 못 잡았어”
군인권센터는 서울 마포구 사무실에서 13일 기자회견을 열고 “7월19일 해병대 실종자 수색사고 당시 채 상병과 함께 선두에서 수색하던 중 함께 물에 빠져 급류에 휩쓸렸던 ㄱ병장의 어머니가 해병대1사단장 임성근 소장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업무상과실치상,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ㄱ병장의 어머니는 이날 회견에 동석했다.
센터와 어머니의 설명을 종합하면, ㄱ병장은 사고 당일 물에 빠진 다른 동료 병사를 구하려다가 채 상병과 함께 물에 휩쓸렸다. ㄱ병장과 동료 병사, 채 상병 등 3명은 수영을 시도했지만 소용이 없었다고 한다. ㄱ병장과 동료 병사는 50m를 떠내려가다가 간신히 구조됐지만 채 상병은 결국 구조되지 못하고 물속으로 사라졌다.
ㄱ병장의 어머니는 “본인이 생사의 갈림길에서 돌아온 사고였는데도 불구하고 첫 통화를 했을 때 ‘엄마, 내가 (채 상병을) 못 잡았어’라고 말하며 울었다”고 말하며 흐느꼈다. 어머니가 아들을 본 건 사고일로부터 16일 만인 지난달 4일이었다.
■ “당신이 아들들에게 사과할 시점은 지나도 한참 지났다”
어머니는 “늘 잠꾸러기였던 아들은 집에 와서 하루도 편하게 잠을 못 잤다. 땀을 뻘뻘 흘리며 깨기도 했고 어느 날은 울면서 깨는 모습도 보였다”고 했다. ㄱ병장은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로 병원 치료를 받고 있다고 한다.
ㄱ병장 어머니는 “정작 입수 명령을 내렸다던 사단장은, 현장에서 포병부대가 제일 문제라며 잔뜩 혼을 낸 이후엔 본 적이 없다고 한다”며 “당신은 작전에 투입된 해병대원들을 전우라고 생각하고 있느냐, 아니면 (대원들은) 그저 당신의 입신양명을 위한 도구였느냐”고 말했다.
끝내 ㄱ병장의 어머니는 “돌아오지 못하는 채 상병과 복구 작전인지, 몰살 작전인지 모를 곳에 투입된 아들들을 모두 정상으로 돌려놓아라”라며 “이미 당신이 아들들에게 사과할 시점은 지나도 한참 지났다”며 울면서 호소했다.
김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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