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흠 충남지사가 8월24일 충남도청에서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관련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충남 지역 공공도서관에서 성교육·성평등 관련 일부 도서를 열람 제한해 시민단체와 관련 도서 작가가 “인권침해”라며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에 진정을 낸 가운데, 김태흠 충남도지사가 “인권위 결정이 나와도 따를 생각이 없다”고 말해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11일 열린 충남도의회 제347회 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는 충남도의 성교육·성평등 일부 도서 열람 제한 조처를 두고 김선태 도의원(더불어민주당)과 김 지사 사이의 설전이 벌어졌다.
김 의원은 먼저 도지사가 특정 도서에 대해 유해성을 판단하고 열람을 제한한 일에 대해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고, 이러한 처분이 표현의 자유, 출판의 자유, 검열의 제한 등 우리 사회 최고의 약속인 헌법이 보장하는 가치와 충돌할 수 있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이어 “개별 도서관에서 사서분들이 민원에 시달린다든지 해서 자체적으로 결정할 수 있지만 행정기관에서 이렇게 처분한 것은 (충남도가) 처음이고 그래서 더 논란이 되고 있다”며 김 지사가 “시대착오적 행정”을 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김 의원이 “인권위에서 어떤 결정이 나올 텐데 결정이 나오면 그것을 따를 의사는 있느냐”고 묻자 김 지사는
“인권위에서 그런 결정이 있다 해도 저는 따르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김 지사는 또
“인권위가 최고의 선이 아니지 않느냐”며 “제 나름대로 법적 조치를 할 수 있는 부분은 하면서 가겠다”고 덧붙였다.
11일 열린 충남도의회 제347회 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김선태 도의원의 질문에 김태흠 도지사가 답변하는 모습이다. 충남도의회 영상회의록 갈무리
국가기관의 권고 등을 따르지 않겠다고 말하는 도지사의 발언에 김 의원이 바로 부적절함을 지적하자, 김 지사는 “인권위원회라는 것은 100% 법적 구속력도 없다”며 “제가 도지사로 있는 한 이 부분은 되돌리지 않겠다 하는 게 제 생각”이라며 강한 어조로 답변했다.
김 지사는 지난 7월 지민규(국민의힘) 도의원이 도의회에서 공공도서관에 있는 성교육 관련 일부 책이 부적절한 표현을 담고 있다며 대처를 촉구하자, 해당 도서를 별도 공간에 비치하고 열람을 제한하는 조처를 취했다. 도지사의 조치에 차별금지법제정연대(차제연) 등 시민단체들은 “검열이자 인권침해”라고 반발하면서 지난 8일 충남지사, 충남교육감,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피진정인으로 한 진정을 인권위에 제기했다.
국가인권위원회법 25조에 따르면, 위원회는 인권의 보호와 향상을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하면 관계기관 등에 정책과 관행의 개선 또는 시정을 권고하거나 의견을 표명할 수 있다. 권고를 받은 관계기관 등의 장은 그 권고사항을 존중하고 이행하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하고, 권고를 받은 날부터 90일 이내에 그 권고사항의 이행계획을 위원회에 통지해야 한다. 인권위는 아직 도서 열람 제한에 대한 판단을 내놓지는 않았다.
11일 열린 충남도의회 제347회 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김선태 도의원이 김태흠 도지사에게 질문하고 있다. 충남도의회 영상회의록 갈무리
김 지사의 이같은 발언이 알려지자 충남차제연 등은 지난 11일 ‘김태흠 충남지사는 법치와 민주주의 위에 있는 전제 군주가 아니다’라는 논평을 내고 인권위 결정을 따르지 않겠다는 충남지사를 규탄했다.
충남차제연은 “인권위 결정이 나오지도 않았는데 거부하겠다고 입장을 내는 것은 자신의 생각만이 옳으며, 생각이 다른 도민의 의견은 배척하겠다는 독선이자 오만일 뿐”이라며 “이는 법치와 민주주의에 대한 부정이며 선을 넘은 발언이니 당장 바로잡고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이진숙 충남차제연 활동가는 “사법부는 처벌로 강제하지만, 인권위 결정이 강제력을 갖지 않는 이유는 인권기구는 무엇이 인권침해인지 깨달아 같은 잘못을 반복하지 않도록 정부나 기관의 인권역량을 강화하는 목적 때문”이라며 “도지사가 이를 부정하는 발언을 도의회에서 할 수 있다는 것이 놀랍기만 하다”고 말했다.
양선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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