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2월 14일 오후 서울 중구 남대문시장 화재 현장에서 소방관들이 진화작업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최근 야간 근무를 하는 강원 지역 소방관들이 받는 출동간식비가 27년째 3000원에 머물러 있다는 소식이 알려지며 소방관의 열악한 처우가 다시 조명되고 있다. 물가는 계속 인상되는데 격무에 시달리는 소방관의 간식비는 왜 그대로일까. 소방노조는 지역소방본부가 지방자치단체 예산에 기대야 하는 구조 아래서 이러한 문제가 개선되지 않고 있다고 주장한다.
14일 강원소방본부의 ‘전국 소방본부 출동간식비 집행기준’ 자료 등을 보면, 출동간식비는 1997년 도입된 이후 27년째 단 한 차례도 인상되지 않았다. 서울과 세종, 충북, 전북은 최근 5000원으로 인상됐지만, 4곳을 제외하고 나머지 시도에 있는 15개 소방본부는 모두 3000원이다.
출동간식비는 지자체 예산편성 운영기준에 따라, 소방공무원이 야간에 화재를 진압하거나 구조·구급 출동을 할 때 지급한다. 운영 기준에는 간식비 지급 시간대를 명시하지 않았지만, 야간에 간식비를 지급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소방 근무 특수성과 물가 인상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급 횟수는 ‘1인 1일 1회’로 한정돼 있는데, 야간 근무 시간(8~12시간) 동안 여러 차례 출동을 해도 3000원만 받을 수 있다. 일부 소방서는 야근 근무시간 이내에 사용하지 않으면 이월되지 않아 간식비가 사라진다.
지급 방식도 지역별로 상황이 다르다. 보통 편의시설이 부족한 외곽지역은 소속 소방본부 주거래처인 가게에 장부를 두거나, 영수증 등 증빙자료를 청구하는 방식으로 간식비를 지급하다 보니 소방관들이 편하게 이용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다만 강원소방본부는 최근 출동 차량마다 법인카드를 상시 배치해 사용 방식을 개선했다. 민병옥 강원소방본부 예산회계팀장은 “직원들이 당일날 가서 꼭 사 먹어야 되는데 깜빡할 수도 있고 또 귀찮아서 안 할 수도 있다”라며 “지방자치단체 구매카드를 출동차량에 공용으로 비치해두고 오지에 갔다 오더라도 아무 때나 카드를 쓰면 된다”라고 밝혔다.
이러한 소방관의 현실에 온라인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요새 김밥 한 줄도 3000~4000원, 빵이나 커피도 4000원을 넘는데 뭘 사먹을 수 있냐’ ‘소방관 간식비는 올려줘야 한다’는 등의 반응이 나온다.
서울 시내 한 김밥가게에 걸린 가격표. 연합뉴스
3년 전 국가직으로 전환되면서 소방관의 처우가 달라질 것으로 기대됐지만, 간식비가 제자리걸음인 이유에 대해 소방 노조 등은 소방 공무원이 ‘반쪽짜리 국가직 공무원’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소방공무원은 2020년 4월 지방직에서 국가직으로 신분이 전환됐다. 지역소방본부가 대응하기 어려운 대형 산불 등 재난 상황이 빈번히 발생하면서 소방 공무원 역할이 대폭 확대됐다는 이유다. 하지만 여전히 예산의 대부분을 지자체에 기대고 있어 소방 근무 특수성이 예산에 충분히 반영되지 못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지난해 9월 소방청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소방청을 제외한 지역 소방본부 19곳의 예산 중 지방비 비중이 지난해는 88.2%이고, 2021년은 85.4%, 2020년은 88.5%로 집계됐다. 인건비는 2020~2022년 지방비 비중이 매해 90%대에 육박했다.
당시 용 의원은 “소방공무원 국가직 전환 당시 신분만 바꾸고 예산 책임을 고스란히 지자체에 떠맡긴 건 명백한 실책”이라며 “소방회계법 제정 취지와 달리 국가 예산을 책임 있게 확대하지 않으면서, 지자체에선 한정된 예산 내 소방예산만 확대하는 걸 부담스러워만 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용 의원은 “소방예산을 국가예산으로 통합 편성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고진모 한국노총 전국소방안전공무원노조 강원본부위원장은 “일반직 공무원이 소방직 공무원처럼 출동 근무를 하지 않으니 일반직과의 형평성 등을 고려해 예산에 소방직 근무 특성이 잘 반영되지 않는다”며 “경찰청이나 산림청처럼 예산 권한을 소방에도 별도로 줘야 한다”고 말했다.
배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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