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가평소방서 가평119안전센터 대원들이 차고탈출훈련을 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부상과 질병을 안고 퇴직한 소방관들이 국가유공자가 되려고 해도 5명 가운데 2명 이상은 심사에서 탈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4일 더불어민주당 오영환 의원실이 국가보훈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2019년 8월부터 지난 6월까지 국가유공자 인정을 신청한 소방관 156명 가운데 42.9%(67명)가 불승인됐다. 불승인 이유로는 “공무 수행과 상당 인과관계 불인정”이 81%였다. 국가유공자 등 보훈자 심사는 보훈부 산하 보훈심사위원회에서 한다. 관료와 전문의, 법조인 등이 위원이다.
보훈부는 ‘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라 △국민 재산·생명 보호와 ‘직접적’인 관련성 △직무와 부상·질병의 ‘인과’ 등 두가지 요건으로 국가유공자 여부를 심사한다. 문제는 보훈부가 이 요건을 최대한 보수적으로 적용한다는 점이다. 그러다 보니 공무상 요양(공상) 인정을 받은 소방관마저도 국가유공자가 되기는 쉽지 않다.
경남 양산시에서 소방관으로 일한 ㄷ씨가 그런 경우다. 화재진압·조사·구조대원으로 29년 일한 ㄷ씨는 2018년 2월 파킨슨병을 진단받았다. 이후 화재 현장에서 발생하는 일산화탄소와 이황화탄소 등 유해물질의 파킨슨병 관련성을 주장해 2020년 공상 승인을 받았지만, 정작 보훈부는 ㄷ씨를 국가유공자로 인정하지 않았다. 업무와 질병의 인과관계는 인정되나, 국민의 생명 보호와 ‘직접적’ 관련이 없다는 이유다.
ㄷ씨는 이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했다. 이후 울산지방법원이 지난 2월 “ㄷ씨가 수행한 화재진압·화재조사 업무는 국민의 생명·재산 보호와 직접적 관련이 있다”며 ㄷ씨의 손을 들어줘 뒤늦게 국가유공자로 인정받을 수 있었다.
질병을 가진 소방관은 소송 없이 국가유공자가 되는 사례가 드물다. 대부분 법률상 국민의 생명·재산 보호와 ‘직접적 관련이 없는’ 직무수행 중 부상·질병·사망을 겪은 경우에 해당하는 보훈보상대상자 인정에 그친다. 이는 국가유공자와 의료비·급여 등에서 차이가 있다. 손익찬 ‘일과 사람’ 변호사는 “질병을 겪는 공무원은 보훈보상대상자로 인정되지 않는 경우조차 많을 정도로 보훈 인정 범위가 좁다”며 “필요하면 소송을 하라는 식”이라고 말했다.
보훈부는 이에 대해 “공무상 재해 판단과 보훈 심사는 목적과 취지가 다르므로 심사 결과가 일치하지 않을 수 있다”며 “암 등 질병은 발생 원인이 다양해 공무 수행과 직접적 관련성이 있다고 판단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밝혔다.
박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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