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안동 퇴계 이황종가 설 차례상. 한국국학진흥원 누리집 갈무리
송편·나물·구이·김치·과일.
추석을 앞두고 의례 전문가들이 제안하는 간소화된 차례상 차림이다.
한국유교문화진흥원·성균관의례정립위원회·성균관유도회총본부위원회가 지난 1월 설을 앞두고 기자회견에서 발표한 ‘함께하는 설 차례 간소화 방안’을 보면, 차례상 음식 가짓수는 모두 9가지다. 송편, 나물, 소고기구이 같은 적, 김치, 과실 4가지와 술. 설 차례상에 떡국을 올리고 추석 차례상에는 송편을 올리는 외에는 두 차례상 차림이 같다. 의례 전문가들은 여기에 조금 더 올리면 육류, 생선, 떡을 놓을 수 있다고 제안한다.
앞서 지난해 9월 추석을 앞두고 의례 전문가들과 협의해 추석 차례상 간소화 방안을 마련한 성균관의례정립위원회는 “이것 역시 가족들이 서로 합의해 결정한다”고 당부한다. 부담스러운 차례상 준비에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성균관의례정립위원회는 지난해 9월 추석 차례상 간소화 방안을 발표했다. 성균관의례정립위원회 누리집 갈무리
의례 전문가들이 제안하는 차례상에는 기름에 튀기거나 지진 음식이 오르지 않는다.
예의 근본정신을 다룬 유학 경전 예기의 악기에는 ‘큰 예법은 간략해야 한다’는 의미로 의례를 너무 화려하게 하지 말라고 적혀 있다고 한다. 예법 지침서인 주자가례에는 차례상에 술 한잔, 차 한잔, 과일 한 쟁반을 차리고 술도 한번만 올리고 축문도 읽지 않는다고 쓰여 있다. 한국국학진흥원은 차례는 조상에게 예를 올리는 간단한 의식이고, 제사는 기일을 맞은 조상의 영혼을 기리고 달래는 추모 의례인데 점차 차례라는 형식만 따를 뿐 조상을 대접하고 모신다는 생각에서 여러 음식을 마련하게 됐다고 설명한다.
실제로 조선 성리학자인 퇴계 이황 선생은 밀가루를 꿀과 섞어 기름에 지진 과자와 같이 만들기 번거롭고 비싼 음식인 유밀과를 올리지 말라는 유훈을 남기기도 했다. 조선 중기 학자인 명재 윤증 선생도 기름으로 조리한 전을 올리지 말라고 했다. 의례 전문가들은 조상을 기리는 마음은 음식 가짓수에 있지 않으니, 많이 차리려고 애쓰지 않아도 된다고 당부한다. 또 차례상은 형식보다 마음이 중요한 만큼 평소에 좋아하던 음식을 차례상에 올리는 것도 같은 의미라고 제안한다.
의례 전문가들은 사당이 없는 일반 가정에서는 지방을 모시고 제사를 지냈지만 사진을 두고 제사를 지내도 괜찮다고 안내한다. 또 예법을 다룬 문헌에 붉은 과일을 동쪽에, 흰 과일은 서쪽에 놓는 홍동백서나 대추·밤·배·감 순으로 놓는 조율이시와 같은 표현은 나와 있지 않다고 한다. 음식을 놓는 위치에 신경 쓰지 않고 각자 편한 방식으로 상에 올리면 된다는 것이다. 기름에 튀기거나 지진 음식 역시 차례상에 꼭 올리지 않아도 된다. 성묘 역시 차례를 지내고 성묘를 가는 가정도 있고, 차례를 지내지 않고 바로 성묘하는 가정도 있기 때문에 가족이 논의해 정하면 된다고 제안한다.
조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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