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0년 10월 25년 만에 개방된 강원도 홍천 은행나무숲의 모습. 연합뉴스
온 산이 울긋불긋 아름다운 옷으로 갈아입는 10월이 다가온다. 설악산, 지리산, 내장산 등지에 가을 단풍 구경을 가려는 사람들은 단풍 절정이 언제가 될지 궁금해하기 마련이다.
27일 산림청이 발표한 ‘2023년 가을 단풍 절정 예측지도’를 살펴보면, 올 단풍 절정 시기는 다음달 하순부터 11월 초로 예상된다. 단풍 절정 시기는 나무의 50% 이상이 단풍으로 물이 든 때를 말한다. 수종별 단풍 절정 시기 평균일은 당단풍나무와 신갈나무는 10월26일, 은행나무는 10월28일인 것으로 분석됐다.
산림청은 올해는 전년도에 비해 2일 정도 단풍이 늦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구체적으로 강원도 설악산은 10월23일 정도에 단풍 절정이 있을 것으로 내다봤고, 내장산은 10월29일, 지리산 10월31일, 한라산 11월1일로 예측됐다.
산림청 관계자는 “2009년부터 식물계절현상 관측자료를 분석한 결과, 당단풍나무가 단풍이 드는 시기는 매년 약 0.33일씩 늦어지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며 “이는 7~9월 평균기온이 상승한 탓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지난 2018년 10월28일 서울 남산 북축에서 찍은 단풍이 든 나무의 모습이다. 형형색색 단풍이 곱게 물들어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평균 기온이 상승하는데 왜 단풍이 드는 시기가 늦어지는 것일까.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단풍이 드는 원리를 이해해야 한다. 가을마다 나뭇잎이 울긋불긋 물드는 이유는 나무가 겨울나기를 위해 낙엽 만들기를 준비하기 때문이다. 가을이 되면 나무는 나뭇잎으로 가는 물과 영양분을 차단하게 되는데, 나뭇잎에 들어 있던 엽록소가 햇빛에 파괴되면서 양이 줄게 된다. 이렇게 엽록소가 파괴되면 녹색의 엽록소 때문에 보이지 않던 다른 색의 색소가 더 두드러져 나뭇잎이 다양한 색을 나타내게 되는 것이다.
단풍 절정 예측 지도 작성에 참여한 국립수목원 정원식물자원과 관계자는 “나뭇잎에 들어있는 각 색소는 세포 내의 당들과 결합을 통해 그 고유의 색을 띠는데, 지구 온난화 등의 영향으로 기온이 상승하고 미세먼지 발생, 강수량 증가와 같은 기상이변 현상이 자주 발생하면서 일조량이 감소하자 당의 저장량에도 문제가 생기면서 단풍의 색도 점점 희미해지고 늦어지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남성현 산림청장은 “가을철 나들이나 지역 축제 등 계획에 단풍예측 지도가 유용하게 활용되기를 바란다”며 “식물계절현상을 지속적으로 관측·분석해 국민에게 도움이 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연구 정책에도 반영하겠다”라고 밝혔다.
한편, ‘2023년 가을단풍 예측지도’는 산림청 국립수목원과 권역별 공립수목원 10개소가 공동으로 수집한 식물계절 현장 관측 자료와 국립산림과학원의 산악지역에서 관측되는 기상정보를 기반으로 기계학습(Machine Learning)과 과정기반모델(Process-Based Model)로 분석되었다.
양선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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