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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차례상 엎고 법정으로…코로나 끝났다, ‘추석 이혼’ 다시 증가할까

등록 2023-09-29 09:00수정 2023-09-30 11:43

이혼 전문 변호사들이 말하는 ‘명절 이혼’ 대처법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명절 직후마다 급증하곤 했던 ‘명절 이혼’을 피하려면 부부 간 갈등에 양가 부모가 개입되는 일을 피해야 한다는 이혼 전문 변호사의 조언이 나온다. 불가피하게 추석 이후 이혼을 해야 할 경우에는 제삼자를 대동해 배우자의 급작스러운 폭력을 예방해야 한다.

27일 법률서비스 플랫폼 로톡에서 이혼 상담건수 상위권에 속하는 이혼전문 변호사 4명의 설명을 종합하면, 이들은 추석 이후 이혼상담 건수가 평소에 늘어나는 추세가 체감된다고 밝혔다. 이승주 변호사는 “설이나 추석이 지나면 이혼 상담 건수가 많아진다. 명절에도 전화상담을 받은 적이 있다”며 “아직도 아내에게 전만 부치게 한다든가, 남자들끼리 고스톱을 치는 일들로 상담을 받는 일이 있다”고 밝혔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코로나19 이전만 해도 추석 즈음인 10월 이혼 건수가 가장 많았다. 2018년 월별 이혼 건수는 10월이 1만5000건(9.7%)으로 가장 많고, 11월이 1만1000건(9.3%)으로 그 뒤를 이었다. 2019년에도 10월과 5월이 9900건(8.9%)으로 가장 많았다가, 코로나19가 터진 이후 10월의 이혼건수는 2020년 9300건(8.8%)에서 2021년 7700건(7.6%) 2022년 7500건(8%)으로 내림세를 보였다. 엔데믹이 시작되고 나서 첫 추석을 맞은 올해 다시 추석이 끝나고 10월의 이혼율이 높아질지 주목되는 이유다.

특히 추석 이후 배우자와 이혼하려는데 배우자의 부모를 만나지 않는 것이 이혼에 불리한 사유가 되냐는 상담도 자주 들어온다고 한다. 이 변호사는 “명절 때 처가나 시댁에 한 두 번 정도 안 가는 것은 문제가 아니지만, 계속 가지 않을 경우 신뢰가 깨졌다고 볼 수도 있다”며 “여러 이혼 사유 가운데 하나로 이해하는 것이 맞다”고 설명했다.

변호사들은 명절이혼이 단순히 명절 때 일어난 갈등 때문에 생기지 않고, 그간 쌓여온 갈등이 명절이라는 계기를 만나 진행되는 것이라고 본다. 권민경 변호사는 “시댁과 갈등만으로 이혼소송을 제기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며 “명절 뿐만 아니라 평소에 부부관계가 좋지 않다가, 시댁이나 처가 가족들로부터 비하 발언 등을 듣고 폭발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양가 부모의 개입은 상황을 악화시키는 대표적인 사례다. 김수경 변호사는 “그동안 일어난 부부싸움을 두고 명절 기간에 양가 부모를 끌어들이는 일이 가장 최악”이라며 “젊은 부부일수록 갈등 상황을 본인이 해결하기 힘들어 부모님이 대신 나선다. 아내는 아예 연락을 차단하고, 장인어른 집에 명절에 방문해 이야기하다가 더 큰 위기가 오는 경우를 봤다”고 밝혔다.

유지은 변호사는 ‘추석 이혼’을 피하는 방법으로 “갈등이 터진 뒤 이를 수습하기 보다는 갈등이 곪아 터지기 전에 서로간에 충분한 대화와 조금씩 양보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일반론처럼 보일 수 있지만 평소에 배우자가 하는 행동을 당연히 여기지 말고 서로 조금만이라도 배려하고 이해하는 태도를 길러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고부갈등이나 장서갈등이 있을 경우 방관자의 태도를 취하거나 부모님을 욕한다고 배우자를 나무랄 것이 아니라 서운한 점을 들어주고 편들어주는 센스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권민경 변호사도 “배우자가 간절하게 빌고 매달리다 보면 또 악화된 관계가 회복되기도 하니 가족이 모이는 추석이 부부갈등 해소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했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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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명절 이후 이혼 상담 건수가 늘었다고 곧장 이혼 절차를 밟는 경우는 전체 이혼 상담 건에서 10% 안팎 정도다. 이혼 전문 변호사들은 폭력, 불륜, 투자실패로 인한 급격한 자산잠식 등 이혼사유가 명백한 경우엔 이혼절차를 빠르게 밟지만, 대다수 부부는 이혼상담을 계기로 그동안의 부부 갈등을 해소하기도 한다고 말한다.

유 변호사는 남편과 이혼을 원하지 않았던 50대 아내가 먼저 사무실에 찾아와 이혼 상담을 받은 뒤, 남편과 함께 다시 찾아와 마치 처음 상담을 받는 것처럼 현명하게 대처하여 이혼 문제를 해결한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다. 아내는 “남편이 본인만의 아집이 있어 아내 말은 절대 듣지 않는데, 전문가의 말을 통해 본인의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인지시키고 싶다”며 “이혼 상담시 서로 간에 그간 서운했던 일들을 주고받으며 부부 갈등을 원만히 해소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다만, 이미 부부관계가 파탄이 나버려 추석 이후 이혼하기로 돌이킬 수 없는 결심을 했을 경우, 변호사들은 안전이혼을 준비 해야 한다고 당부한다. 우선 이혼을 결심하고 상대 배우자에게 통보할 경우엔 제3자를 동행하는 것을 추천한다. 이혼 관련 증거를 수집하는 과정에서도 통신비밀 보호법 위반 등 위법 행위를 경계해야 한다.

가정폭력이 있는 경우에는 경찰에 신고해 공적 기록을 남겨놓아야 한다. 녹음은 상대방과 자신의 목소리가 동시에 들어가도록 해야 한다. 예를 들어, 배우자 차량에 몰래 녹음기를 설치하면 불법 도청이 돼 처벌 받을 수도 있다. 과거에 저지른 배우자의 잘못을 증거로 확보하는 경우에는 카카오톡 메시지 등을 활용해 과거 행동을 다시 언급하는 방법도 있다.

이정규 기자 j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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