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카코인 시세조종 연루 의혹을 받는 이희진씨가 지난달 15일 오후 사기·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혐의로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를 받기 위해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법으로 출석하고 있다. 이날 영장실질심사에는 이씨의 친동생 이희문씨와 코인 발행업체 직원 김아무개씨도 함께 출석했다. 연합뉴스
불법 투자유치와 주식거래로 실형을 살았던 ‘청담동 주식 부자’ 이희진(37)씨가 동생 이희문(35)씨와 함께 이번엔 가상자산(암호화폐) 사기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남부지검 가상자산범죄 합동수사단(가상자산합수단)은 4일 이른바 ‘청담동 주식 부자’로 알려진 이희진씨와 동생 희문씨를 사기 및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배임)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들 형제가 운영하는 코인 발행업체 직원 김아무개(34)씨도 사기 혐의로 이날 함께 재판에 넘겼다. 검찰은 지난해 10월 금융위원회로부터 이 사건을 넘겨받은 뒤 지난 2월부터 수사에 나서 지난달 15일 이들을 구속했다.
이들은 지난 2020년 3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스캠 코인’(사기 코인)으로 투자자들로부터 수백억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이들이 미술품 조각투자 관련 피카코인, 전기차 관련 티(T)코인, 반려동물 관련 지(G)코인 등 가상자산 3개 종목을 발행·상장한 뒤, 허위·과장 홍보로 시세를 조종하고 코인을 고점에서 매도하는 수법으로 모두 897억원을 부당 이득을 취했다고 보고 있다. 이씨 형제는 티코인 판매대금으로 받은 비트코인 412.12개(당시 원화가치 270억원 상당)를 티코인 발행재단으로 반환하지 않고, 해외 거래소의 차명 계좌로 이체해 유용하기도 했다.
특히 검찰은 이씨가 2019년 지코인 발행업체를 설립해 다수의 직원을 거느리는 등 조직적으로 범행에 나섰다고 본다. 이들 형제가 거느린 직원 20여명은 코인 발행 및 매도를 위한 앱 개발, 백서 제작, 코인 홍보글 게시, 시세조종 등 분업화된 조직 형태로 코인을 제조·유통했다. 이씨 형제는 티코인 판매 대금을 빼돌려 청담동 소재 고급 부동산의 매수 자금 등에 활용한 것으로 검찰 조사 결과 밝혀지기도 했다.
검찰은 △코인 백서 내용이 지나치게 복잡하거나 추상적인 경우 △코인 발행 주체가 명확하지 않고, 사실상 익명화된 경우 △단기에 큰 차익을 실현할 수 있다며 투자를 유인하는 경우 ‘스캠 코인’일 가능성이 크다며 신중히 투자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검찰은 이들이 취득한 범죄수익도 전액 추징해 박탈한다는 방침이다.
앞서 지난 2020년 2월 대법원 3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자본시장법 위반으로 기소된 이씨에게 징역 3년6개월과 벌금 100억원, 추징금 122억6700여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한 바 있다. 같은 혐의로 기소된 동생 희문씨는 징역 2년6개월, 집행유예 4년, 벌금 70억원의 선고유예형이 확정됐었다.
고병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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