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마당발'로 알려진 김재록(46.구속) 전 인베스투스글로벌 대표의 대출로비 의혹과 관련,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은 26일 언론에 금융지원의 과정을 해명하면서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검찰은 김씨가 지난해 5월 쇼핑몰분양대행업체 S사로부터 대출청탁을 받고 이 업체가 발행한 ABS(자산유동화증권) 500억원 어치의 지급보증을 우리은행으로부터 받아 하나은행에서 대출받을 수 있도록 해주고 11억원을 받은 혐의가 있다고 보고 수사중이다.
이에 대해 우리은행 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ABS 발행 때 지급보증을 서지 않았고 ABS 발행 기획과 관련한 금융자문만 했다"며 "이는 본점 IB사업단장의 결제사항이고 행장은 관여치 않았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금융계에서는 우리은행이 지급보증을 하지 않았다고 해서 완전히 의혹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는 시각이다.
우리은행이 직접 대출이나 지급보증을 하지 않았더라도 S사가 ABS를 발행하도록 하는 모든 절차를 기획하고 관리했다면 상황에 따라서는 책임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금융계에서는 S사가 D신탁으로부터 수익증권을 발급받아 이를 담보로 하나은행에서 500억원을 대출받았고, 하나은행은 이 대출을 우리은행이 운영하는 SPC(특수목적회사)에 양도했으며, SPC는 이 대출을 담보로 S사가 ABS를 발행하도록 해 일반투자자에게 매각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대출취급 은행과 SPC운영 은행이 동일하지 않아야 금융감독당국의 승인이 잘 나기 때문에 이런 식의 ABS 발행 체제가 금융계에 일반화돼 있다"며 "하나은행은 단순히 관련 수수료를 위해 간여한 것일 뿐 이번 대출과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수익증권을 담보로 대출해준 것인 데다 지난해 7월18일 대출한 뒤 일주일만인 7월25일 상환받는 조건이어서 리스크가 거의 없는 만큼 마다할 이유가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검찰이 제기한 다른 대출로비 의혹에 대해서도 우리은행은 대출 절차에 하자가 없다는 입장이다.
검찰은 김씨가 경기도 부천의 쇼핑몰운영업체 T사가 우리은행 하안동지점으로부터 325억원을 대출받을 수 있도록 도와준 뒤 2억원을 받은 혐의에 대해 수사중이다.
우리은행측은 "하안동지점장이 모쇼핑센터 리모델링 이야기를 듣고 직접 섭외해서 본점 IB사업단에 프로젝트 파이낸싱을 제안했고 IB사업단은 상권이 좋고 분양이 잘 될 것 같아 투자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우리은행측은 또 "당시 320억원이 대출돼 100억원이 상환됐고 현재 220억원이 남아 있다"며 "당시 여신협의는 부행장들과 여신부장 등 7명 가량의 위원이 담당했으나 행장은 사후보고만 받았다"고 덧붙였다.
추승호 기자 chu@yna.co.kr (서울=연합뉴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